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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오승환 "모든 건 내 잘못…WS 나가고 싶어"


도박파문 뒤 첫 공개 인터뷰…강정호 만나면 상황 따라 전력 피칭"

[김형태기자] 입국게이트를 통해 그가 나타나자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펑펑 터지는 카메라 불빛을 피해 입국장을 빠져나온 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간이 인터뷰에 응했다.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때문인지 그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육체적인 피곤함에 정신적으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 원정도박에 따른 벌금형(700만원)으로 사태는 마무리 됐지만 그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을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깨끗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원정 도박이 불법인지 몰랐다"면서 "100% 내 잘못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도박 파문 뒤 오승환이 국내에서 공개적인 자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면을 통한 '반성문'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충격과 실망감을 누그러뜨리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오승환은 "사과가 늦었다"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100% 제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구 관련 질문이 나오자 목이 풀린 듯했다. 들릴듯 말듯 했던 목소리는 다소 커졌고, 특유의 단답형 답변에서 조금 더 긴 '문장'이 나왔다.

그는 "리그 환경이 달라지지만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꾸준히 내 몫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아시아 선수들과 인연이 별로 없는 구단이다. 지난 2002∼2007년 몸담은 일본 출신 외야수 다구치 소 정도가 유일하게 카디널스의 주홍색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의 김동욱 대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인트루이스에 가게 됐지만 적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마이크 매서니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화합하고 같이 해보자는 의지로 나아가는 팀"이라고 장점을 소개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다.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를 선택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그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팀이다. 월드시리즈에도 진출이 가능하다"며 "나도 그 부분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월드시리즈에서 던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승환은 1+1년 계약을 했다. 2년 총액 1천100만달러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는 보장금액 500만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구단과 합의했다"면서 "500만달러보다는 조금 더 많다. 보장금액과 인센티브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시즌 계약은 올해 성적을 보고 구단이 결정하게 된다. 부담이 없지 않을 터. 그러나 오승환은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다. 항상 그랬듯이 개인적인 수치를 정해놓지 않기 때문에 성적 부담도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세인트루이스가 강팀이어서 오승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며 "2년 계약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고 올 시즌 뒤 구단이 2017년 옵션 행사를 포기하더라도 FA 자격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및 서부지구의 류현진(LA 다저스)와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반응을 내놓았다. 오승환은 "한국에서는 강정호와 많이 맞붙어 봤지만 최근 (내가 일본에 있던) 2년간 강정호의 기량이 크게 늘었다"면서 "경기에서 만나게 되면 경기 상황에 따라 전력을 다해 상대하겠다"고 했다.

류현진에 대해서는 "맞대결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류현진은 나이는 어리지만 메이저리그 선배이고, 좋은 구질과 멘탈을 갖고 있다"며 "모든 부분에서 나보다 낫다고 본다. 후배이지만 배울 것은 배우고 조언을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겨우내 괌에 머물며 개인훈련에 열중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선 남성미와 건강함이 물씬 풍겼다. 그는 "나이가 30대 중반이지만 힘든 것은 없다. 지난해 괌 캠프보다는 몸상태가 훨씬 좋다"며 "투구도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이뉴스24 인천공항=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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