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기대감보다 우려가 컸던 '골짜기 세대'들이 리우 올림픽행을 이뤄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이하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진정한 의미의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됐다. 27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예선 4강전에서 한국은 카타르를 3-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어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리우행을 준비했던 대표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혜택을 입은 바로 위 세대와 이번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이에는 공백이 생겼다.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따랐다.
지난해 2월에는 대표팀에 큰 악재도 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이끈 후 리우 올림픽 체제를 준비하던 이광종 전 감독이 태국 킹스컵 참가 도중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중도 하차한 것. 갑작스럽게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야 했고, 70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선발해 기량을 점검한 뒤 대표팀을 꾸렸다.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본선행을 준비하기에는 1년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신 감독은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녹이는 데 힘을 썼다. 공격 중심의 축구를 주입해 실패해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을 이식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는 자원들이었다. 신 감독이 늘 걱정하던 것이 경기 감각이었다. 팀의 주축인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은 지난해 5월 프랑스, 튀니지 원정에서 골맛을 보는 등 좋은 활약을 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며 한때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김현(제주 유나이티드), 류승우(레버쿠젠) 등 국내, 해외파 가릴 것 없이 공격진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신태용 감독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에 동맥 경화가 일어날 우려가 있었다. 청소부 역할을 했던 이찬동(광주FC)의 부상도 치명타였다.
그나마 심상민, 박용우(이상 FC서울), 권창훈, 연제민(이상 수원 삼성) 등 수비진과 미드필드진 일부가 소속팀에서 꾸준히 중용되며 기량을 키워온 것이 다행이었다. 특히 A대표팀을 오간 권창훈이 대회가 시작되면서 팀에 잘 녹아든 것이 고마운 일이었다. 조별 예선부터 좋은 활약을 펼친 권창훈은 카타르와 4강전에서 결승골을 작렬시켜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찬동의 부재를 박용우가 메운 것도 절묘했다.
예선 과정에서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등장한 것은 단비였다. 박인혁(FSV 프랑크푸르트), 지언학(알코르콘), 최경록(상파울리) 등이 소속팀의 차출 불가로 가용 자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황희찬이 전방에서 휘젓고 다니며 막내답지 않은 힘을 보여준 것은 본선 진출의 중요한 키였다.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며 골짜기를 벗어나 양지로 올라선 신태용호는 이제 리우에서 사고를 칠 일만 남았다.
조이뉴스24 도하(카타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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