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이제훈, 논란 잠재운 연기력…믿고 봅니다

[이미영기자] 연기력 논란은 연기력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 '시그널'의 이제훈도 연기력으로 답했다. 극중 박해영 캐릭터에 녹아들며 시청자들에 신뢰감을 선사했다. 이제훈의 박해영을 믿고 봐도 되지 않을까.

지난 29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연출 김원석, 극본 김은희) 3화에서는 해영(이제훈 분)과 재한(조진웅 분)이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가운데, 더 이상 연쇄살인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의 재한에게 간절한 신호를 보내는 해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해영은 자신과 무전을 주고 받았던 재한이 과거의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해영은 혼란에 빠졌지만, 재한과의 무전으로 과거가 뒤바뀌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다는 것에 희망을 품게 됐다. 이는 곧 과거와의 교신으로 추가 범죄를 막고,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에 해영은 원래의 기록과 무전 후 바뀐 기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범행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앞당겨졌다는 점에서 해영은 범인이 갑자기 폭주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리해냈다. 모든 단서들을 종합한 해영의 추리력은 빛났고, 결국 범인이 무차별적으로 희생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버스 안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목격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추가 범죄를 저질렀음을 꿰뚫었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26년 만에 범행은 다시 시작됐다. 해영은 자신들이 미제사건을 수사하고 다닌 것이 범인을 자극했고, 피해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흔들렸고, 무전으로 이 모든 것을 돌려놓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과거와 연결되는 11시 23분, "제발 살릴 수 있어"라는 간절함을 담아 과거의 재한을 불렀다.

이날 이제훈은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 전개 속에서도 미세한 감정선까지 놓치지 않는 연기 집중과 몰입을 보여줬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희망을 보고, 또 간절함을 담는 이제훈의 섬세한 연기는 '시그널'이라는 드라마에 인간성마저 담아냈다. '연기력 논란'을 붙이기가 미안할 만큼 이제훈은 박해영을 훌륭하게 완성했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그 때 범인을 잡으면, 현재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이제훈의 절박한 눈빛과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의 떨림은 극의 긴박감을 배가시키며 시청자들을 TV 속으로 흡입시켰다. 박해영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한 이제훈의 집중과 몰입이 가져 온 힘이었다. 극이 전개될수록 더욱 촘촘해지는 프로파일링과 깊어지는 감정선을 보여주고 있는 이제훈의 연기를 믿고 즐겨도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