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표정에는 설렘과 함께 아쉬움도 묻어났다. 더이상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크리스 옥스프링(39)이 지도자로 첫 발걸음을 뗐다. 고국인 호주가 아닌 한국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옥스프링은 현역 유니폼을 벗고 롯데 자이언츠 퓨처스(2군) 투수코치가 됐다.
그는 "솔직히 지난 시즌이 끝난 뒤 KBO리그 팀들로부터 오퍼가 들어오지 않아 실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를 꺼내지만 옥스프링은 시즌 종료 후 호주로 돌아간 뒤 앞으로의 진로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친 날이 꽤 된다.
'선수' 옥스프링은 나이와 높아진 피안타율 등이 단점으로 꼽히긴 했지만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와 kt 위즈에서 뛰는 동안 제몫을 했다. 3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그렇지만 옥스프링과 선수로 계약하겠다고 나선 팀이 없었다.
옥스프링 코치는 "롯데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지 않았다면 호주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계획이었다"며 "3월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지역 예선이 있다. 호주리그에서 뛰었다면 그 일정을 소화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롯데 퓨처스에서 불펜투수코치 역할을 맡는다. 구동우 퓨처스 투수코치와 함께 올 시즌 젊은 2군 투수들의 성장을 돕는다. 옥스프링은 "롯데를 포함해 KBO리그에서는 주로 선발로 뛰었지만 불펜 등판 경험도 꽤 있다"고 했다.
그는 "공을 던진다는 행위는 선발이건 중간이건 마찬가지"라며 "심리적인 부분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옥스프링 코치는 "동료 선수가 아닌 코치로 롯데로 왔지만 예전처럼 나를 불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료 선수들은 그를 '옥춘이'라고 불렀다. 팬들에게도 익숙한 별명이다. 롯데에서도 그랬고 kt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치' 옥스프링은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는 "가족들이 부산행을 먼저 환영하더라"며 "메이저리그, 일본, 대만 등에서 뛰어봤지만 롯데 팬들과 부산같은 곳은 없다. 괜한 립서비스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롯데 구단 입장에서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도 옥스프링의 능력을 믿고 있다. 옥스프링이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함께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전수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옥스프링이 던지는 변화구 중에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종이 있다. 스포츠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 바 있는 '너클볼'이다. 은퇴한 팀 웨이크필드(전 보스턴)와 현역 메이저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R. A. 디키(토론토)가 주로 던지는 공이다.
옥스프링 코치는 "송승준과 이정민 등 베테랑 선수들이 원한다면 최선을 다해 너클볼을 전수해 줄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껄껄 웃었다.
한편, 옥스프링 코치의 가족들은 오는 4월 부산으로 올 예정이다. 그는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훌리오 프랑코 퓨처스 타격코치와 함께 사직구장 근처 팀 숙소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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