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 시즌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최우수선수). 프로 원년이던 1982년 '불사조' 박철순(OB)을 시작으로 이만수(삼성), 선동열(해태), 장종훈(빙그레), 이승엽(삼성)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MVP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MVP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최고의 상이다. 2009년 김상현(KIA), 2014년 서건창(넥센)처럼 깜짝 MVP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들 중에 MVP의 주인공이 탄생하곤 한다. 따라서 시즌 전 MVP 후보를 꼽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1)도 유력한 MVP 후보 중 한 명이다. 외국인 선수라는 신분이 MVP 수상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테임즈에 의해 증명됐다. 지난해 시즌 도중 한화에 합류해 후반기 보여준 괴물같은 피칭을 시즌 내내 이어간다면 로저스의 MVP 수상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KBO리그 강타했던 '괴물모드'
지난해 로저스는 데뷔와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깨 부상을 입은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후반기 한화에 합류, 8월6일 KBO리그 데뷔전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따낸 것. 다음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는 9이닝 무실점 완봉투를 펼쳤다.
이후로도 완투, 완봉을 추가한 로저스의 지난해 성적은 10경기 등판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이었다. 6승 중 4승이 완투승, 그 중 3승이 완봉승이었다. 평균자책점이 존재감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지만, 한화의 팀 사정상 휴식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
◆관리만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지난해 로저스는 강행군 속에 역투를 펼쳤다. 10차례 등판 중 4일 휴식 후 등판이 6차례였다. 8경기에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졌고, 5경기에서 120구 이상을 투구했다. 한 경기 평균 투구수는 113개. 로저스가 잠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 무리한 등판에 따른 부상 의혹이 제기됐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로저스가 지난해 합류한 시점은 한화가 치열한 5강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때문에 확실한 선발 카드인 로저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여유가 없었다. 시작부터 한화와 함께하는 올 시즌. 적절한 관리가 더해진다면 로저스는 더욱 싱싱하고 위력적인 공을 뿌릴 가능성이 높다.
◆한화의 강해진 뒷문, 승수쌓기에 유리할 듯
한화 마운드의 뒷문이 강해졌다. 한화는 오프시즌을 통해 투수 FA 최대어 정우람을 4년 84억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정우람은 권혁, 윤규진 등과 한화의 뒷문을 든든히 지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불펜이 강하면 선발 투수 입장에서 승수를 쌓기에 유리하다. 한계 투구수에 가까워진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르는 수고를 덜 수도 있다. 투수의 경우 다승 기록이 MVP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화의 뒷문 강화는 로저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NC를 조심해라
NC만 아니었어도 지난해 로저스의 성적은 더욱 좋을 수 있었다. NC를 상대로 두 차례 등판한 로저스는 6이닝 3실점 패전, 3이닝 6실점 패전을 잇따라 기록했다. 한국에서의 2패를 전부 NC에게 당한 셈. NC전 2경기를 제외하면 지난해 로저스의 성적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19가 된다.
NC 타자들은 로저스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빠른 승부를 걸지 않고 투구수를 늘려가며 로저스를 괴롭혔다. 여기에 박석민까지 새로 NC 타선에 가세했다. 박석민은 삼성에서 뛴 지난해 로저스를 상대로 3타수 1안타에 사사구 3개를 얻어내며 타율 3할3푼3리, 출루율 6할6푼7리를 기록했다. NC를 만나면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로저스다.
◆'2년차 징크스'는 있을까
로저스의 2년차 징크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로저스의 공이 눈에 익으면 상대 타자들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지난해 역시 등판이 거듭될수록 '괴물투'와는 거리가 먼 투구 내용이 나왔다.
하지만 반대로 로저스 역시 KBO리그에 적응을 마쳤다. 로저스가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다. 로저스의 구위라면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한 뒤 더 효과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NC의 해커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좋은 성적을 남겼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로 건너간 밴헤켄 역시 국내무대 3년차였던 2014년 20승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해커와 밴헤켄의 사례에서 외국인투수가 리그 적응 후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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