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총정리]②박석민·김광현·로저스, '잭팟'의 역사

[정명의기자] 흔히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프로야구. 연봉 역시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흥미로은 기록 중 하나다. 선수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도 쓰이는 프로야구의 연봉은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구만 잘하면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이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금액이 선수들의 몸값으로 책정된다. 일각에서는 '거품론'을 제기하지만 그만큼 산업으로서 프로야구가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범 35년째를 맞는 2016년 프로야구는 각종 연봉 기록이 새로 쓰여졌다. 박석민은 FA 역대 최고 대우로 팀을 옮겼고, 김광현은 비FA 신분으로 역대 최고 연봉 기록을 갈아치웠다. 로저스는 외국인 역대 최고액. 이들의 계약 내용이 곧 KBO리그 몸값 '잭팟의 역사'가 됐다.

◆윤석민 넘은 박석민…천정부지 FA 몸값

박석민은 지난 FA시장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겼다. NC와 박석민의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96억원. 이는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KIA 타이거즈로 유턴한 윤석민이 받은 4년 9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FA 최고 대우다.

초창기 FA 계약 규모를 살펴보면 최근 FA 몸값이 얼마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KBO리그 최초의 FA 선수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을 맺은 송진우로 3년간 7억원을 받았다. 같은 해 이강철과 김동수도 나란히 삼성과 3년 8억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시작된 FA 몸값은 2000년 홍현우와 김기태가 각각 LG 트윈스, 삼성과 4년 18억원에 계약하며 뛰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심정수가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4년 60억원에 삼성으로 팀을 옮기며 최고액을 경신했다. 이어 2013년 강민호(4년 75억원), 2014년 최정(4년 86억원)에 의해 새로 쓰인 FA 최고액은 박석민에 의해 다시 주인이 바뀌었다.

◆김현수 기록 깬 김광현…FA 제외 최고 몸값

SK 와이번스의 김광현은 8억5천만원에 2016년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FA 선수들을 제외한 역대 최고 연봉 신기록이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김현수가 받은 7억5천만원을 넘어선 금액. FA가 아니라도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을 김광현이 다시 한 번 증명해낸 셈이다.

김현수에 앞서서는 2014년 예비 FA였던 최정이 7억원으로 비FA 최고 연봉을 받았다. 그 이전에는 2011년 이대호, 2003년 이승엽의 6억3천만원이 비FA 최고 연봉이었다. 이대호는 2010년 타격 7관왕을 앞세워 7억원의 연봉을 요구했지만, 연봉조정신청 끝에 당시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의 제시액인 6억3천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한편 KBO리그 최초로 억대 연봉을 받은 선수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뛰었떤 재일교포 장명부(1억484만원)였다. 재일교포를 제외한 순수 한국 선수로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최초로 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로저스의 190만달러, 1998년엔 '15인분 연봉'

올 시즌을 앞두고 에스밀 로저스는 한화와 190만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시즌 중 대체 선수로 입단, 괴물같은 피칭을 보여준 대가였다. 이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이다. KIA가 헥터 노에시를 새로 영입하며 투자한 170만달러가 역대 2위.

로저스와 헥터 이전에는 더스틴 니퍼트가 지난해 두산에서 받은 150만달러가 외국인 최고 연봉이었다. 2014년까지는 한화의 앤드류 앨버스가 받은 총액 70만달러가 최고 기록. 앨버스는 2014년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이 폐지된 이후 첫 계약 사례였기 때문에 최고 기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2014년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최고 30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구단들은 뒷돈을 들여가며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외국인 연봉 상한선은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규정이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1998년 12만달러였던 상한선은 2000년 20만달러로 오른 뒤 2005년부터 30만달러로 다시 인상됐다. 단순한 비교는 어렵지만, 올 시즌 로저스의 연봉은 1998년 외국인 선수 15명의 연봉 총합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