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공유가 연기神 전도연을 맞이하는 법(인터뷰)

[권혜림기자] 배우 공유가 영화 '남과 여'에서 '칸의 여왕' 전도연과 가까이 호흡을 나눴다. 세계가 인정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전도연과의 첫 작업은 공유에게 부담보단 배움으로 다가왔다. '연기로 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불태우는 대신, 공유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상대 전도연의 숨결을 가만히 느끼며 제 몫을 찾아 나섰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제작 ㈜영화사 봄)의 배우 공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전도연의 정통 멜로 복귀작이자 공유의 첫 멜로, 두 배우의 첫 커플 연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 중 공유는 핀란드에 거주하는 건축가 기홍 역을 맡았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딸, 정서가 불안한 아내(이미소 분)가 있는 기홍은 아들의 국제캠프를 위해 핀란드를 찾은 여자 상민(전도연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공유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정통 멜로 영화에 도전했다. 그는 "정통 멜로는 처음이다. 로맨틱 코미디류의 작품을 많이 했는데, 멜로가 하고 싶었다"고 '남과 여'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알렸다.

이어 "아시다시피 멜로가 책(시나리오)으로도 잘 안왔었다. 영화가 별로 없어서였다"며 "이 시나리오에 곡절, 사연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래된 시나리오였는데 제 손에까지 오게 됐는데, 처음에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인 공유는 "기다렸던 장르였고 게다가 전도연 선배와 같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에선 처음 호흡을 나눴지만, 전도연의 존재는 공유에게 더없이 큰 기둥이 됐다. 그는 "멜로를 하고 싶지만 같이 한다면 전도연과 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맞아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며 "찍으면서 가까이서 연기를 보면서 하는 과정이 제게 즐거웠다. 배우기도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출중한 선배 배우 전도연과의 호흡은 공유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나름대로 섬세하다고 속으로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생각했다"며 "괜히 '여왕'이 아니었다. 굉장히 섬세하더라. 제가 생각 못한 것까지 생각하는 것을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합류를 결정한 이유 중 전도연의 출연이 큰 이유였다는 공유는 "택할 때부터 전도연이라는 큰 존재가 큰 힘이었다"며 "그 힘으로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라고 알렸다. 전도연 역시 촬영 중 공유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고 알렸던 것에 대해선 "누나가 제게 의지한다고는 사실 생각 못했다.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며 "나 혼자 그랬던 것은 아니구나, 서로 같은 마음이었구나 생각하니 기분 좋았다"고 밝게 답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기대기만 했다면 (전도연) 누나 입장에선 재미 없었을 것 아닌가"라며 "보이진 않지만 서로 믿고 주고받는 게 있었다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선 기뻤다"고 알렸다.

사실 영화계엔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전도연과 함께 연기한 남자 배우들이 줄곧 여배우의 천재적 연기력과 남다른 에너지에 위축돼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풍문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 장면은 전도연의 것이 돼 있다'는 이야기가 우스개처럼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남과 여'를 통해 확인한 공유의 연기에선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은 평온함이 읽혔다. 스스로 "애매하다"고 말하는 기홍의 성격, 감정 표현에 서툰 그의 모습이 소년과 남자의 얼굴을 모두 가진 공유의 얼굴을 통해 그려졌다.

공유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원래 작품을 할 때 상대 배우를 중요시하는 편"이라며 "(누가 누구의 기에 눌린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의 문제 같다. 내가 이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생각이 전혀 없으니 상대에 대한 태도가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소위 사진을 찍을 때 앞에 나서려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이 사람을 배려하고 편하게 해줬을 때 베스트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처음부터 '이 사람을 이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이런 표현 자체가 싫지만, '먹힐' 확률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도연과 연기로 맞서려는 포부 대신, 상대의 연기를 차분히 지켜보며 자신을 돌아본 공유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극에 녹아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며 "가까이서 보면서 최대한 즐기려는 의지가 컸고 '내가 여기서 부족한가? 미진한가?'라는 부분을 연기하며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공유는 "보는 분들이 영화를 보고 (전도연과 나의 연기를) 비교한다면 그걸로 뭐라고 할수는 없는 일이고,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며 "만약 '전도연 때문에 공유가 밀리네' 라고 해도 기분 나쁠 것 같지 않다. 전도연 선배는 누가 봐도 연기를 잘 하는 분이니 나는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 더해 "그렇게 따지면 (차기작으로 작업 중인 '밀정'에서) 송강호 선배와는 연기를 어떻게 하나"라며 "제 몫이 있는 것 같다"고 소탈하게 답을 마무리했다.

한편 '남과 여'는 오는 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