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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준]OK저축은행·KOVO 그리고 우리동네 예체능


김세진 감독 TV 예능 프로 출연 결정에 시각차·온도차는 있어

[류한준기자] 그럴리야 없겠지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정규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그것도 단발이 아닌 정규 편성 프로그램에 말이다. 야구계 인사들이나 야구팬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K리그(프로축구)와 프로농구(KBL)를 대표하는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나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종목 가운데 하나인 배구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대승적 차원 또는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얘기가 뒤따른다.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지난 18일 '김세진 감독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내용은 이렇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인 '우리동네 예체능'에 새로운 도전 종목으로 배구가 선정됐고 김세진 감독이 여기에 출연하는 것을 알렸다. 김 감독은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7일 프로그램 첫 녹화에 참여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탁구를 시작으로 그동안 10개 종목이 전파를 탔다. 이번에 배구가 11번째로 선정됐고 김 감독이 연예인팀 지휘봉을 잡는다. 오는 3월 8일 '배구편' 첫 방송이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OK저축은행 구단은 "올 시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팀 감독의 정규 시즌 중 방송출연에 대한 부담과 비판이 있겠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구단 성적과 배구붐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배구라는 종목을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알리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런데 구단이 언급한대로 시기가 좋지 않다. OK저축은행은 21일 현재 21승 11패 승점 66으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물론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한다고 해도 '봄배구' 진출에 대한 걱정은 없다.

이런 여유가 있기 때문에 OK저축은행 측이 '대승적 결정'을 내렸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이 걸려있는 1위 경쟁을 포기하기에 아직 이르다. 순위 경쟁에 마지막 박차를 가할 시점에 선수단 수장인 사령탑이 방송 녹화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건 모양새가 그렇다. 마냥 좋게만 바라볼 수 없다는 의미다.

V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뒤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왜 하필 이 때였을까'라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스타답게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배구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로 대중적 인지도는 누구보다 높다. 이런 이유로 방송 제작진이 그를 섭외 일순위로 꼽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 감독은 현역 선수 은퇴 후 배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방송 카메라가 익숙했기 때문에 출연 자체가 부담되진 않았을 것 같다.

문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한창 V리그 시즌이 열리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김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당연히 부담을 가졌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소속 구단 입장과 '배구붐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김 감독의 출연이 결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부정적인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번 결정이 파격적이고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하지 못한 일을 배구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다.

김 감독은 "제작진이 팀 일정과 경기 일정에 최대한 맞추겠다고 했다"며 "팀 휴식일에 맞춰 녹화가 진행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 해도 문제는 간단하지만은 않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다른 출연자들이나 방송 제작 사정에 따라 김 감독이 휴식일이 아닌 팀 일정이 잡혀있는 날 방송 녹화에 들어갈 수도 있다. 또한 승부를 예단할 수 없지만 OK저축은행이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

디펜딩챔피언으로서 OK저축은행은 당연히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노린다. 그런데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바로 사령탑인 김 감독의 몫이다. 구단도 방송사도 그리고 KOVO도 김 감독을 대신할 수 없다.

OK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민규가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현재 주전 레프트 송희채의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발등을 다쳤는데 경미한 편이 아니다. 김 감독도 송희채의 부상에 대한 걱정이 크다. 여러모로 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많다.

KOVO는 최근 프로배구 중계 시청률에 어느 때보다 고무된 상황이다. V리그는 올 시즌 프로농구와 여자프로농구 등 같은 겨울철 경쟁종목과 비교해 중계 시청률만큼은 비교우위에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중계에서도 동시접속자수가 두 종목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KOVO 입장에서는 V리그 주관방송사인 KBS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해당 방송국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KOVO 관계자들이 '우리동네 예체능' 녹화 현장을 직접 찾아 김 감독을 비롯해 방송스태프를 격려한 게 좋은 예다.

KOVO는 배구붐 조성에 이번 일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계 시청률 수치와 겉으로 보이는 리그 인기에 취해서는 안된다. V리그 발전과 성장을 위한 KOVO의 노력과 활동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삼페인을 터뜨릴 시기는 아니다. 한편 OK저축은행은 2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2연패 중인 KB손해보험을 상대로 3연패 탈출과 선두 현대캐피탈 추격에 나선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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