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활용 가능한 조합이 정말 많다 보니 최강희 감독의 머리도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전북 현대는 23일 FC도쿄(일본)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조 1위 16강 진출이 1차 목표라는 점에서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던 첫 경기를 무난히 통과한 셈이다.
이날 최강희 감독은 팔색조같은 선수 기용을 선보였다. 4-1-4-1 포메이션을 가동, 이동국 원톱에 고무열-이재성-김보경-로페즈를 공격적으로 밀어 올렸다. 수비라인 앞에서는 에릭 파탈루 혼자 자리를 지켰다.
선수 투입 때마다 전북의 전형은 끝없이 변화했다. 후반 18분 로페즈가 나가고 김신욱이 들어온 뒤 본격적인 4-4-2가 가동됐다. 이동국-김신욱 투톱에 이재성이 오른쪽 날개로 이동하는 변화가 있었다.
24분 이종호가 투입되고 김보경이 벤치로 물러난 뒤에는 전형 변화가 없었다. 다만, 이종호가 오른쪽 날개,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되돌아왔다. 멀티 능력을 갖춘 자원이 많아 누가 어느 위치에 서더라도 어색하지 않았다.
늦은 시점이지만 후반 42분 레오나르도가 투입되고 중앙 수비수 임종은이 빠진 뒤에는 중앙 미드필더 에릭 파탈루가 수비수 역할을 했다. 임종은이 다리 경련으로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통의 경우 교체를 할 때는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를 투입하게 마련이다. 대기 명단에 중앙 수비수 김영찬도 있었다. 또, 2-0으로 앞서던 전북이 도쿄의 만회골로 2-1이 되면서 거세게 추격해오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최 감독은 측면 날개 레오나르도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레오나르도가 왼쪽 날개로 투입되면서 고무열은 김신욱, 이동국 아래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경기 중 선수 이동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 계획을 세우면서 정규리그든 챔피언스리두든 홈 경기에서는 최대한 공격적인 선수 구성을 약속했다. 특히 패스가 뛰어난 미드필더 이재성-김보경 두 조합의 동시 출전을 예고했다.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는 공수에서 선수 기용을 안배하겠지만 정규리그의 경우 공격적인 기조는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날 도쿄전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성이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오느라 겨울 훈련량이 많지 않았고 몸 상태가 덜 올라온 상황이었지만 풀타임을 뛰게 하며 경기 감각을 찾아주는 데 집중했다. 전북 입단 후 첫 경기 신고식을 치른 김보경은 고무열의 선제골에 환상적인 마르세유턴으로 경기력을 증명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교체할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재성은 중앙에서 활약하면 가장 좋은 것 같다. 김보경과의 조합을 고민하겠지만, 투톱을 세우게 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두 명을 모두 넣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멀티 능력이 되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한 선택지다.
수비자원에 변화를 주지 않은 채 파탈루를 후방으로 내린 것도 비슷한 맥락의 선택이다. 최 감독은 "중앙 수비수를 바꿀 수 있지만 앙 수비수를 갑자기 바꾸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경기 중 파탈루를 내렸다. 파탈루는 중앙 수비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이 된다"라고 밝혔다. 팀의 약점을 선수들의 멀티 능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래저래 최 감독의 행복한 조합찾기 고민이 시작됐다. "보여줄 것이 많아 빠르게 조합을 찾겠다"는 말이 엄살이 아닌 진심인 것을 전북의 시즌 첫 경기, 도쿄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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