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치즈인더트랩'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간 드라마가 또 있을까. 뜨거운 찬사로 시작한 꿀잼 드라마에서 조롱 받는 문제작으로 끝난, 그야말로 '용두사미 끝판왕' 드라마가 됐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지난 1일 험난했던 여정을 마무리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등장인물 간 갈등이 해소됐지만 유정과 홍설은 열린 결말을 맞았다. 홍설(김고은 분)과 유정(박해진 분)은 이별했고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등장 인물들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홍설과 유정의 만남은 드라마에서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홍설이 보낸 메일을 유정이 확인하는 장면, 그리고 홍설을 부르는 유정의 목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의 결말을 시청자들의 해석에 맡겼다.
'치즈인더트랩'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치즈인더트랩'은 수많은 마니아층을 두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때문에 수많은 '치어머니'들이 생겨났고, 캐스팅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캐스팅 1순위로 꼽혔던 박해진은 일찌감치 승선했지만, 여주인공 물망에 올랐던 배우들은 싱크로율을 시험 받았고 김고은이 홍설에 낙점됐다.
화제 속에 시작된 '치인트'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첫회부터 '꿀잼' 드라마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사전제작을 바탕으로 한 높은 완성도와 맞춤형 캐스팅은 시청자들을 선점하기에 충분했다.
미스터리한 유정선배 역의 박해진을 필두로 홍설 역의 김고은, 백인호 역의 서강준 등 배우들은 웹툰과의 높은 싱크로율은 물론 원작의 2D를 4D로 만들었다는 호평을 얻었다. 주연들 뿐만 아니라 캠퍼스 곳곳에 녹아든 조연들 역시 제 몫을 해냈다. 원작의 드라마화 과정에서 비중 없는 조연들의 캐릭터는 뎅강 잘려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치인트'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색깔을 입혔고 존재감을 부여했다. 인물들의 디테일을 살리고 싱크로율을 높였다.
그렇다보니 주인공들의 로맨스 뿐만 아니라 에피소드 자체가 힘을 받고, 몰입도를 높였다. 이윤정 PD의 섬세한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에도 찬사가 쏟아졌고, 성공한 원작 드라마에 사전제작의 모범사례 등으로도 조명 받았다.
시청률도 화려했다. 시청률 3.6%로 첫 발을 뗀 후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7%대까지 치솟았다. tvN 월화드라마 중 최고 높은 수치이자, 지상파 드라마에 견주어도 훌륭한 성적이다. '응답하라 1988'에 이어 또 하나의 '케드' 신드롬을 만드는가 싶었다.
그러나 축포를 너무 일찍 터트렸던 탓일까. 분위기가 급변했다. 극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복잡미묘해지더니, 시청자들이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통드라마' '문제작' '논란인더트랩' 등 드라마를 비꼬는 다양한 수식어도 붙었다.
시청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극중 남자주인공 유정(박해진 분)의 분량 실종. 유정의 감정이 뚝뚝 잘려나간 듯한 불친절한 감정선과 캐릭터의 변질이 안타까움을 넘어 화를 돋구었다. 디테일과 개연성, 서사가 모두 사라진 탓에 초반 시청자들을 열광 시켰던 이중적인 매력의 유정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유정의 성장 환경에 대한 설명은 너무 늦었고, '소시오패스'로 바라보는 극단적 시선도 생겨났다.
두 남자 사이에서 태도가 불분명했던 홍설(김고은 분), 세세한 감정선이 그려진 백인호(서강준 분)의 캐릭터가 도드라진 것도 한 몫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원작에서 유정 에피소드가 인호의 에피소드로 대체된 것에도 불만을 품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백인호를 연기한 서강준 탓으로 돌렸지만, 어찌보면 서강준 역시 애꿎은 피해자다.
'치즈인더트랩'이 다른 로맨스물과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이었던 '로맨스릴러'가 사라지고 평범한 삼각관계 로맨스로 전락한 것도 팬들의 불만을 샀다. 산으로 가는 전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고, 막판에는 인하(이성경 분)의 폭주와 홍설의 교통사고 등으로 헛웃음을 자아냈다.
'치즈인더트랩'은 드라마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 밖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주연배우였던 박해진은 드라마 종영 전에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했다.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제가 맡은 유정 캐릭터가 변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치인트'를 선택한 이유는 유정이라는 캐릭터가 달콤하고 살벌한 이중적인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정의 이런 모습이 방송 중반을 넘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캐릭터의 본질이 흔들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이미 촬영한 부분이 잘려나간 분량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웹툰 원작자 순끼도 드라마 제작진에 유감을 표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대본 공유가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했고, 원작 엔딩 스포일러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전했다.
급기야 이윤정 PD가 순끼 작가와 배우들,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미 시청자들은 드라마 안팎의 잡음에 실망했고, 조롱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공들여 제작한 기대작 '치인트'는 '문제작'이라는 불명예 속에서 막을 내렸다. 두고두고 아쉬운 작품이 될 법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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