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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 "현실과 연기 철저히 분리해"(인터뷰)


최근 종영한 '애인있어요' 최진언 캐릭터 맡아 열연

[정병근기자] 최근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를 끝마친 지진희는 벌써 최진언에서 완벽히 빠져나왔다.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는 걸 늘 염두에 뒀던 덕이다. 현실의 지진희와 작품 속 캐릭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그만의 방법이다. 지진희가 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지진희는 '애인있어요'에서 기억상실에 걸린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최진언 역을 연기했다. 최진언은 몇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다. 최진언은 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해 결혼했지만 그녀의 변한 모습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고 마음속에서 그녀를 밀어낸다. 하지만 기억상실에 걸려 다시 예전의 순수함을 회복한 아내와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진다.

"드라마 속 모든 인물이 단순하지 않았어요. 진언이는 완성되지 않은 애 같은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하는 거죠. 진언이는 사회의 일원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조금씩 성장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돼갔던 거예요."

'애인있어요'는 50부작의 대장정이었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이 높았고 많은 폐인을 만들었다. 각 캐릭터는 물론이고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깊이가 있어 처음부터 보지 않았으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갖췄다.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제작진의 탁월한 연출 그리고 내공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시청률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잠깐 봐도 확 반응이 오는 드라마라면 모를까, '애인있어요'는 이유가 분명 있는 전개들이고 한 회라도 놓치면 안 되는 드라마거든요. 드라마가 어려웠던 게 깊이감인데 그게 매력이기도 했죠. 제가 더 어렸을 때였다면 최진언 캐릭터가 단순해졌을 거예요. 작가님이 얼마나 고민하면서 썼는지 느껴져서 토시 하나 함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만큼 지진희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에 더 몰입했고 작품에 더 녹아들었다. 잔상이 오래 남을 것 같았지만 지진희는 좀 달랐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염두에 둔 게 캐릭터에 들어갔다 나오는 거에요. 예전에 거친 형사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주변에서 제가 거칠게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심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실제로 이 부분에서 힘들어 하는 배우들이 있고 미국에선 정신과 의사가 배치되기도 해요. 그래서 늘 이 부분을 염두에 뒀어요. 한 번에 된 건 아닌데 이젠 현장에서 집중력 있게 하고 평상시엔 저로 돌아와요."

지진희는 예전 드라마 '대장금'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민종오 역을 맡아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그는 팬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난 민종오가 아니니 민종오를 생각하고 오셨다면 지금 가셔도 좋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연기했던 캐릭터에 따라 성격이나 성향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데 지진희는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왔다. 그게 지진희가 삶의 균형을 지키는 방식이다.

"매년 생각을 하는 키워드가 있는데 그건 시간과 균형이에요. 일을 한다고 하면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조금만 일찍 끝내면 충실할 수 있어요. '애인있어요'는 대부분 12시 전에 촬영이 끝났어요. 제한된 여건 내에서 최적이라는 게 있는데 동선과 시간 관리가 그랬어요. 이런 균형이 행복했죠. 또 하나는 늘 온전히 내 것인가, 내 의지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지진희는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고민들을 반영한다.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분명한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다양성이다.

"전 이 분야가 좀 더 자유롭고 넓고 일하기 좋았으면 좋게어요. 쉽게 일하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작품가 역할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전 이미지로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이런 드라마 이런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을 했어요. 제 생각엔 이게 맞는 것 같다 싶어서 제가 선택한 것이죠. 다양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그걸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껴요." 지진희는 그렇게 배우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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