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47점 6블로킹 7서브에이스. 1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OK 저축은행 시몬(쿠바)과 송명근이 합작한 기록이다.
OK저축은행은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에게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시몬과 송명근은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코트에 나왔다. 시몬은 수염을 노란색으로, 송명근은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했다.
둘의 염색에는 사연이 있다. 두 선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염색을 하기로 서로 약속을 했다.
보통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 개개인이 튀는 행동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OK저축은행은 다르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이를 용인하는 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체육관에서 둘을 보자마자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 모두 배꼽을 잡고 굴렀다"며 웃었다. 그는 "시몬은 염색을 하니 할아버지 같다"며 "서로 2개월 전부터 미리 약속을 했다고 하는데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코트 안에서 잘 뛰고 제 몫을 하면 충분하다"며 "머리를 삭발을 하든 염색을 하든 신경 안 쓰겠다"고 다시 한 번 껄껄 웃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과 치른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기세를 올리며 챔피언결정전에 나서 삼성화재에게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팀 창단 2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당시 우승 직후 "선수들의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달아오를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두 번째 맞는 '봄배구'에서도 지난해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한다.
시몬과 송명근의 염색은 팀의 좋은 흐름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에게 '분위기'에 대해 정말 많이 강조했다"며 "정규시즌 막판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그런 희망을 봤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당시 주전 대신 백업선수들이 주로 경기를 뛰었으나 대한항공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경기에 패했지만 내용에선 선전했다. 김 감독은 "배구가 잘될 때는 뭘해도 잘된다"며 "이런 좋은 흐름을 2차전뿐 아니라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조이뉴스24 안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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