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감동과 눈물의 수상 무대였다.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원윤종(31)과 서영우(25, 이상 경기도연맹)가 암투병으로 세상을 뜬 맬컴 로이드 코치에게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약속했다.
원윤종·서영우는 16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원윤종·서영우는 아시아 최초로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기적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원윤종·서영우의 세계랭킹 1위 등극에는 세상을 떠난 맬컴 로이드 코치의 공이 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로이드 코치는 봅슬레이 불모지인 한국에 영국의 선진 기술을 전수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대표팀 합류 직전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암투병 사실을 숨긴 채 원윤종·서영우을 지도해왔으나, 결국 세상을 뜨고 만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故 로이드 코치는 그간의 업적을 평가받아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오를 수 없는 스승을 대신해 제자들이 대리수상에 나섰다. 수상에 앞서 원윤종·서영우의 성장 과정과 로이드 코치의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동영상을 본 원윤종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서영우의 눈시울 또한 붉어졌다. 둘은 로이드 코치에게 쓴 편지를 들고 나왔고, 비교적 감정을 잘 정리한 서영우가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영원한 스승 맬컴 로이드 코치님께"로 시작된 편지에는 로이드 코치를 향한 두 선수의 진심어린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편지에서 두 선수는 "코치님은 훌륭한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같은 분이었다"라며 "익숙하지 않은 트랙으로 두려움이 많았던 우리들에게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코치님의 가르침 덕분에 월드컵 금메달은 물론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라며 "이 모습을 보면 누구보다 기뻐할 코치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비록 이곳에서 함께하지 못하지만, 언제나 우리 가슴 속에 함께할 것"이라고 세상을 뜬 스승을 가슴에 묻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2년 뒤 열릴 평창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하늘에서 응원해주실 코치님의 영전에 바치겠다"라며 "지켜봐주세요.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있을 코치님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하겠습니다"라고 평창올림픽의 금메달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윤종의 목에는 메달이 하나 걸려 있었다. 로이드 코치의 부인이 직접 만들어 전해준 메달이다.
애써 눈물을 진정시킨 원윤종은 "부인께서 응원을 오셔서 코치님의 유언을 전달해주셨다"라며 "가르쳐준 것을 잘 기억하고, 그에 따라 평창까지 나아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어떤 금메달보다 우리에겐 소중하고 값진 메달"이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로이드 코치를 '곰머 코치'라 부른다. 맬컴 로이드 코치의 애칭과도 같은 이름. 원윤종은 "코치님이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지만, 우리와 함께 하는 가족이었다"라고 로이드 코치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원윤종·서영우는 전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의 레이스로 아시아 최초 봅슬레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10년 팀을 결성한 두 선수는 열악한 훈련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기량 성장에 힘써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월드컵 랭킹과 IBSF 랭킹 1위에 오르는 눈부신 성과를 낸 원윤종·서영우는 한국 봅슬레이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제 두 선수는 스승의 영전에 바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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