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머나먼 타향에서 만난 동포의 맞대결. 결과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시범경기는 색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남미의 야구강국 베네수엘라 출신 3루수 발디리스(삼성)와 우완 선발투수 피노(kt)가 이날 경기에 각각 선발출장했다.
베네수엘라는 다수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야구강국이지만 KBO리그와 큰 연연이 있지는 않았다. 용병 도입 첫 해인 1998년 내야수 케세레스(당시 OB)를 비롯해 몇몇 선수가 거쳐갔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또는 멕시코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이 베네수엘라 출신 3루수 발디리스를 영입했고, kt가 선발투수로 피노를 확보하면서 베네수엘라 출신 선수들에 대한 문호가 더욱 크게 열렸다. 발디리스는 박석민(NC)이 빠져나간 3루수와 중심타선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꼽히고 있고, 피노는 kt 선발진의 2선발로 여겨질 만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마침 이날 수원 경기 선발투수로 kt가 피노를 내세우면서 이들은 나란히 한국땅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결과는 발디리스의 완승이었다.
이날 3루수 겸 3번타자로 선발출전한 발디리스는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호쾌한 타격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7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를 기록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화끈한 타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전날 kt전에선 3번의 타격 기회에서 무기력한 타격으로 삼진 1개 포함 무안타에 그치면서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스윙스피드가 다소 느린 감이 있지만 일단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프로무대에서 수년간 활약한 경험이 있지 않느냐. 무엇보다 훈련자세가 무척 성실하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아직 이렇다 저렇다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류 감독의 마음을 알았는지 발디리스는 전날 부진을 시원하게 만회했다. 1회초 무사 2,3루에서 피노를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낸 그는 2-0으로 앞선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우전안타를 쳐냈다. 선두타자로 나선 5회 3번째 타석에선 역시 피노를 상대로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쳐낸 뒤 대주자 김재현과 교체됐다.
발디리스는 "조금씩 매일 타격감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개막 때까지 투수들과 타이밍 싸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에 온 뒤 시범경기를 절반쯤 치렀는데, 무엇보다 한국 투수들의 피칭 패턴과 타이밍을 연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계속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발디리스가 펄펄 난 반면 피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 9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 7일 만에 등판한 그는 초반부터 공이 몰리면서 삼성 타선에 난타를 당했다.
1회초 무사 1,3루에서 발디리스에게 1타점 좌전안타를 허용하더니 최형우에게도 좌전 적시타를 내줬다. 4회에는 김상수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았고,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발디리스, 최형우, 이승엽, 박한이에게 4타자 연속안타를 내리 허용한 뒤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날 피노는 4.1이닝 동안 무려 14안타를 내주고 5실점했다. 피노는 직구 구위보다는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타자를 잡아내는 피네스피처 유형이다. 그러나 이날은 삼성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면서 kt 덕아웃에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삼성은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을 선보이며 8-3으로 승리했다. 시범경기 6승(2패)째. kt는 3패(2승1무)를 기록했다. 류 감독은 "장원삼과 심창민이 컨디션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타선은 골고루 잘 쳐주고 있는데, 개막 때까지 컨디션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수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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