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깃발라시코'(깃발+엘클라시코)로 불리게 된 수원FC-성남FC의 첫 맞대결 분위기는 후끈했다.
1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 주변 일대 도로는 마비가 됐다. K리그 클래식에 입성한 수원FC의 홈개막전이 열리면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팬들의 줄은 매표소마다 족히 30m는 넘게 줄을 만들었다.
지난 2003년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으로 출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를 거쳐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며 클래식까지 오른 수원FC이기에 홈개막전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경기 분위기가 더 뜨겁게 달아오른 데는 양 구단의 구단주가 큰 역할을 했다.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원FC가 긴장할 것이라는 멘트를 남겼고, 이를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이 받아치는 과정에서 내기로까지 확전됐다. 결국 이기는 팀이 패한 팀의 홈경기장에 구단 깃발을 꽂기로 정리가 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1만 여 축구팬들도 두 구단주의 입씨름을 알고 있었다. 자녀들과 경기장을 찾은 박영찬(55, 수원시 화서동)씨는 "수원 삼성의 경기장이 멀어 축구 관전이 쉽지 않았는데 수원FC가 클래식에 올라와서 자주 축구장에 올 것 같다. 두 시장이 설전을 벌인 것도 알고 있다. 재미있더라"라고 전했다.
수원FC는 관람 편의를 위해 북쪽 골대 뒤에 가변석을 설치했다. 홈팬들의 응원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듣게 하려는 의도였다. 공식 서포터 리얼크루의 인원도 챌린지 때와 비교해 10배 이상 늘었다.
성남에서는 45인승 버스 27대에 나눠 타고 원정 응원을 왔다. 개별 응원단까지 포함하면 원정팀 팬이 2천명 가까이 됐다. 이들은 남쪽 관중석에 '어서와 REAL 수원, 클래식은 처음이지'라는 현수막을 부착하며 막내 구단 수원FC에 대한 환영과 견제의 뜻을 동시에 나타냈다.
수원FC 관계자는 "개막전이라 정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 정도의 관심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경기를 치러 보고 나서 보완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두 구단주는 이날 나란히 구단 유니폼과 머플러를 착용하고 나와 선수들을 격려한 뒤 본부석에 앉아 관전했다. 슈팅 장면이 나오면 들썩이다가 박수를 치며 응원에 열중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장 구단주다운 모습이었다.
수원FC 조덕제, 성남FC 김학범 감독 모두 만족감을 나타냈다. 조 감독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두 분(양 구단주)이 판을 키웠지만 우리는 평소 치르는 한 경기라고 본다"라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경기 승부는 쉽게 갈리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두 구단주의 표정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후반 15분 성남 티아고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애매한 상황이라 주변 사람에게 골이 맞는지 물어보는 동작만 취했다. 그 정도로 경기 관전 집중력이 높았다.
21분 수원FC 김병오의 동점골이 터지자 굳어 있던 염태영 구단주의 얼굴이 풀렸다. 주변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즐거운 표정이었다. 성남 이재명 구단주는 휴대용 기기로 경기 생중계를 직접 보는 등 놓친 장면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 총 관중은 1만2천825명, 매진이었다. 수원FC의 창단 최다 관중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열띤 분위기에서 출발한 깃발라시코다.
경기는 열전 끝에 양 팀이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깃발라시코를 성공적으로 넘긴 수원FC는 향후 수원 삼성과의 더비전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게 됐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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