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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전쟁, 문제아였던 시도민구단 가치를 높였다


수원FC-성남FC전 흥행 성공, 골칫덩이에서 홍보와 시민화합의 장으로

[이성필기자] 평범한 경기가 '깃발라시코'(깃발+엘클라시코 합성어) 또는 '깃발전쟁'으로 불리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수원FC-성남FC 양 구단 관계자와 프로축구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원FC와 성남은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만나 1-1로 비겼다. 이기는 팀이 상대팀 경기장에 구단기를 걸기로 했던 내기는 다음으로 연기됐다.

두 팀의 경기가 화제의 '깃발전쟁'으로 성사되는 과정 자체는 흥미로웠다. 애초에 두 팀은 별로 연결되는 것도 없고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수원FC는 챌린지(2부리그)에서 갓 승격한 팀이고, 성남은 같은 시민구단이긴 해도 기존의 전통 명문 성남 일화를 인수해 어떤 면에서는 서로 격이 맞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수원 연고의 수원 삼성과 성남 간 경기가 '마계대전' 등으로 불리며 뜨거웠다.

그런데 양 팀 구단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하나가 파장을 일으켰다. 발단은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었고 이를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이 맞받으면서 확산됐다.

두 구단주의 주고받기는 이날 경기 1만2천825명의 구름 관중을 모으는 데 기폭제가 됐다. 수원FC의 홈구장인 수원종합운동장은 2만석이었던 좌석을 개보수하면서 1만2천여 석으로 줄였다. 입장권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만원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경기 분위기는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수원FC의 개막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양 팀 구단주가 구단기를 놓고 입씨름을 펼친 것이 화제를 더욱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두 구단주가 당적이 같고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쉽게 만들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수원FC 관계자는 "수원 삼성이 종합운동장을 사용했던 시절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이 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깃발전쟁의 중심에 선 두 구단주는 홍보효과를 톡톡하게 누렸다. 이날 경기 생중계에서도 수 차례 응원하는 모습이 잡혔다. 골을 넣는 순간 두 구단주의 대비되는 표정도 화제를 모았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자신과 자치 단체, K리그를 홍보한 셈이다.

물론 두 구단주가 구단을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처음 두 구단주가 시민구단의 존재 여부에 대해 고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다. 시민구단의 올바른 경영을 통해 시민들의 여가활동과 재미를 생각하고 주변 상권 활성화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염태영 구단주는 "수원FC와 프로야구 kt 위즈가 자리잡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은 조용한 동네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미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라며 시 연고의 스포츠팀으로 상당한 효과를 누리고 있음을 전했다.

이재명 구단주도 마찬가지. 그는 "시에서 구단 인수 당시 걱정이 많았지만, 시도민구단의 구단주들, 그러니까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다. 축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라며 긍정적인 가치를 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고무됐다. 시도민구단이 항상 문제의 온상처럼 비쳤지만 두 구단주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성남 이재명 구단주만 해도 초기에 프로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프로연맹과도 오해가 컸는데 이제는 구단 경영과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나중에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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