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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러와요' 최진호, 어쩌면 영화 같았던 그 순간


"영화 첫 출연 19년만에 첫 인터뷰…오늘을 잊지 않겠다"

[권혜림기자] 배우 최진호의 얼굴은 다수의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낯익다. 인기를 끌었던 영화와 드라마에, 짧은 분량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기곤 했다. 최근작들로는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미세스캅2'과 지난 1월 종영한 KBS 2TV '오마이비너스' 등이 있고 김우빈과 부자 호흡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7년 영화 '욕망의 바다'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작업도 이어왔지만 그 활약은 잔잔했다. '강남 1970'(2014), '더 테러 라이브'(2013), '도둑들'(2012), '도가니'(2011), '악마를 보았다'(2010), '전우치'(2009),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사생결단'(2006) 등 쟁쟁한 작품들에 출연했지만 대개 단역을 연기했다. 영화 관객들에겐 또렷한 인상을 남길 기회가 적었던 셈이다.

그랬던 최진호가 영화 '날, 보러와요'에선 잊을 수 없는 캐릭터로 스크린을 누볐다. 영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여자 강수아(강예원 분)와 시사프로 소재를 위해 그녀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된 PD 나남수(이상윤 분)가 밝혀낸 믿을 수 없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에서 최진호는 사설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장원장 역을 맡았다.

특정 실화를 재구성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시나리오는 '사설 정신병원의 실태'라는 공통된 바탕 아래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두루 참고해 완성됐다. 영화가 한 꺼풀씩 벗겨내는 병원의 실체는 글로 다 적긴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 스포일러를 피할 정도로만 기술하자면, 최진호가 연기한 장원장은 이 믿기 어려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다.

29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철하 감독, 배우 강예원, 이상윤, 최진호가 참석했다. 앞서 열렸던 영화의 제작보고회엔 최진호를 제외한 세 사람만 참석했지만, 시사 후 간담회엔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던 최진호 역시 취재진 앞에 섰다.

'날, 보러와요'를 비롯해 그간 주로 악한 인물들을 도맡아 연기했던 그는 이날 극 중 인물에 어떻게 몰입했는지 그 과정 역시 떠올렸다. 최진호는 "악역을 많이 하다보니 악역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긴 했는데, 똑같은 악역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느낌의 악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연기하며 많이 고민한 부분이 있다"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영화가 끝난 뒤 나중에도 영화 속 인물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 느낌'으로 보이려 했다 "고 덧붙였다.

최진호는 "배우는 어떤 악역을 맡든 그에 대한 보호 본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저처럼 주로 착한 역보다 강하고 악한 역을 많이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제 배역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도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기자간담회의 질문에 답하며 "제가 언론 인터뷰가 처음이다"라고 고백해 시선을 끈 최진호는 처음으로 영화 공식 석상에 참석한 것에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표정이었다. 꾸준히 걸어왔지만 큰 배역으로 관객을 만나진 못했던 그에게 이 영화가 얼마나 큰 의미의 작품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최진호는 간담회의 말미 "영화를 시작한지 19년 됐다. 1997년 단역으로 시작했는데 19년만에 무대에 올라와 이렇게 기자 분들을 뵐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평하는 기준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가지고 성의있게 음식을 만들었다"며 "드시는 분의 뜻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성을 가지고 만들었으니 좋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사의 마지막에 포토타임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른 최진호는 터지는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취재진에 다시 고마움을 표했다. 허리를 직각으로 굽힌 뒤 "오늘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진심어린 인사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1968년생, 만 47세 중년의 배우. 자기 앞의 길을 꾸준히 걸어 온 한 연기자의 정중한 소회가 스크린 밖 또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졌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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