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는 지난달 30일 중요한 소식 한 가지를 알렸다. 수원FC의 연간회원권이 3월 29일을 기준으로 9천500매가 판매됐다는 것, 1만매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 넘치는 자랑이었다. 지난 1월 판매를 시작했으니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재미있게도 이 소식은 수원FC와 수원시 두 곳에서 각각 다른 관점으로 발표했다. 수원FC는 챌린지에서 승격하는 과정부터 성남FC와의 개막전까지 보여준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이 연간권을 앞다퉈 구매한다는 것. 반면, 수원시는 지역단체, 기업들의 연간권 구매 동참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수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관점이야 어떻든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먼저 같은 연고의 기업구단 수원 삼성에 이어 수원FC가 수원 지역에 제대로 뿌리 내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나 단체들이 좋은 성적만 담보되면 사회공헌 사업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기업구단, 시민구단의 성격과 상관없이 축구경기 티켓 구매력이 있음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수원FC의 연간권은 권종에 따라 다르지만 10만원, 30만원 등 가격이 다양하다. 9천500매를 팔았다는 것은 1인 1매 사용이라는 단순한 계산으로 9천500명의 고정 팬을 모았다는 이야기와 같다. 수원종합운동장의 좌석수는 1만1천808석이다. 가변석 설치로 조금 더 늘었다고 해도 총 좌석의 90% 가까운 연간 관람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다.
1996년 창단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선배 구단 수원 삼성의 경우 지난해 일반 연간권을 2014년 12월 판매를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8천31매를 팔았다. 패밀리 티켓, 삼성 임원 티켓, 스카이 박스를 포함하면 총 1만4천매 판매고를 기록했다. 어쨌든 일반 티켓을 기준으로 수원 삼성이 6개월이나 걸렸던 연간권 판매를 수원FC는 그보다 훨씬 빨리(그것도 클래식 승격 첫 해에) 해냈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아도 될 법하다. 적은 수의 사무국 인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시민구단인 만큼 수원시는 수원FC 뒤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사무국이 어디에 가야 세일즈를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방향 설정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무국은 주요 기업이나 단체 등을 찾아가 사회공헌 비용을 연간권 구매 등으로 지출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입이 마르도록 설명한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세일즈가 9천500매 판매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최근 자녀가 결혼한 박덕화 수원시 영통구청장의 경우 축의금 일부로 일반석 어린이권 50매를 구매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기증했다고 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구단주로 있으니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박 구청장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개인 축의금 일부를 어린이를 위해 썼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다. 수원FC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크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지난달 19일 수원FC의 개막전은 매진을 기록하며 1만2천825명이 입장했다. 20일 수원 삼성의 홈 개막전에는 1만3천794명이 찾았다. 두 팀의 관중동원이 900여명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은 양 팀이 얼마든지 상호 경쟁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강매 논란도 끊이질 않는 것은 개운찮다. 한 구청 공무원은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수원시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원정 개막전 당시 공무원 강제 관람 동원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연간권도 비슷한 사례다. 축구단의 승격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할당받은 티켓을 기부를 하는 식으로 포장하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좋은 일인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주장했다.
선 구매 후 할당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수원FC가 아닌 수원시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구단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자발적인 구매 유도를 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K리그에서는 구단의 자생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출범한 지 30년이 지나서야 구단들이 겨우 산업화, 상업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회공헌 등에 기대 연간권 판매를 늘리는 것이 진정한 프로구단으로 정착하는데 기초 토양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수원FC가 수원 삼성이 아닌, 같은 시민구단인 성남FC와 지나치게 경쟁을 한다는 시선도 있다. 양 팀은 염태영, 이재명 두 구단주가 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깃발전쟁'을 벌이며 화제를 모았다. 성남은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연간권 6천매 판매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인접 시민구단의 행보를 좇아 수원FC가 숫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건전한 경쟁은 좋지만, 아직 구단 자체 시스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구단주의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홍보)에 기대야 하는 두 구단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런 사례와 과정을 충분히 경험했던 타 시도민구단 고위 관계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실관중 집계 시스템 도입 이후 구단 평균 관중이 반토막이 났었다. 이유는 연간권에 있었다. 당시 연간권은 8천매 넘게 팔렸다. 그런데 실제로 경기장에 온 인원은 경기당 1천명이 채 되지 않았다. 연간권을 할당해 판매한 부작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구단 고위 관계자는 "팀이 자리를 잡는 데 있어 시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시장이 구단주니 사회공헌, 시민복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간권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나중에 얼마나 고정팬으로 정착하느냐는 숙제가 있다. 이는 온전히 구단이 떠안아야 한다. 수원FC는 물론 성남FC나 다른 시도민구단에게는 중요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클래식 3라운드에서 수원FC는 3일 광주FC와 홈 경기를 치른다. 하루 앞선 2일에는 수원 삼성이 상주 상무를 홈에서 만난다. 성남FC도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재미삼아 비교를 해볼 만하다. 경쟁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프로의 기본 생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조금 천천히 성장하더라도 합리적인 경쟁을 하고 구단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구단을 하루 이틀 운영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뿌리가 튼튼한, 돈을 버는, 시도민의 가슴 깊이 와닿는, '나의, 우리의' 구단을 만들기 위한 구단과 지차제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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