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웃을 때마다 눕혀 놓은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 눈, 꾸밈 없이 솔직한 입담, 네티즌들의 말을 빌리자면 '상견례 프리패스'의 듬직한 인상을 지닌 배우 이상윤에게, 지금도 쉬운 길은 많다. 최근작인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이 성공을 거뒀듯, 그에겐 달콤함이 가미된 로맨스가 꼭 맞는 옷처럼 어울려보였다.
하지만 상업 영화 주연으로 스크린을 노크하며 그가 한 선택은 스릴러물인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 제작 (주)오에이엘(OAL))였다. 한주 차를 두고 개봉한 경쟁작들과 비교해 작은 예산으로 완성된 작품이지만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흥행 기류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날, 보러와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여자 강수아(강예원 분)와 시사프로 소재를 위해 그녀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된 PD 나남수(이상윤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남수는 한 번 '꽂힌' 사건에 빠르게 몰입하곤 하는 스타 PD다.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는 없지만 나름의 직업 의식은 있는, 때로 그에 도취해 윤리적 선을 넘어서기도 하는 캐릭터다.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달콤한 연인, 때로 정직하고 올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그려내곤 했던 이상윤에게 나남수 역은 도전과도 같았다. 타의로 강요된 도전이라기보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그의 고집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이번 영화는 그런 면에서 배우 이상윤이 보여줄 더 많은 얼굴을 예고한 작품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과 배우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에 대해 묻자, 이상윤은 "외아들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기적이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한다"고 장난을 섞어 답했다.
그는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그 결과물 역시 좋게 봐주실 것 같다"며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그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조차 미치고 좋아서 하는 모습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 의미에서, 많이 좋아해주시는 배역만 연기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날, 보러와요'는 끔찍한 실상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결코 자극적인 이미지만으로 긴장감을 유발하진 않는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몰입할 때 머리와 마음은 괴롭지만, 눈이 괴롭지는 않은 영화라는 뜻이다. 이상윤은 "감독님의 성향이 그런 것 같다"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지, 화면 자체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라고 알렸다.
인터뷰의 말미 사족으로 물었다.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중 객석에 예상 못한 폭소를 안긴 장면에 대한 질문이었다. 극 중 지영 역의 최윤소가 이상윤을 향해 "저 서울대 나왔어요"라고 쏘아붙이는 신이 그 장면이었다. 이상윤이 실제로 '서울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배우라는 사실이 극 중 상황과 만나 관객의 웃음을 낳았다.
이에 대해 이상윤은 "아마 그 장면은 추가 촬영으로 작업했던 것 같은데, 제가 있던 관에서도 누군가 크게 웃더라"며 "왜 웃는지는 알겠더라"고 말하며 소탈하게 웃어보였다.
'두번째 스무살'에 이어 또 한 번 선후배 관계로 만났던 최윤소에 대해선 "영화를 먼저 촬영했는데, '라이어게임'과 '두번째 스무살'에 이어 영화에서까지 선후배 관계로 캐스팅된 것이 신기하기는 했다"고 답했다.
한편 '날, 보러와요'는 지난 7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며 흥행 선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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