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03년 창단한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시끄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초반 4연패 후 2무승부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구단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지난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전·현직 축구 선수 10명이 인천구단을 상대로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인천은 2014, 2015년 이들에게 승리수당, 출전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2억원 규모지만 이보다 더 많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인천은 외국인 선수 디오고의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아 국제축구연맹(FIFA) 분쟁조정위원회로 향하는 등 문제점이 계속 드러났다. 스폰서 유치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영난이 생기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인천시에서는 구단에 지원금을 지급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취임 당시 무보수 근무를 약속했던 박영복 사장의 임금이 조용히 유급으로 전환되고 지난 1월 중국 전지훈련에서 일부 직원이 회식비를 유용해 몇몇 코칭스태프와 함께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도덕적 해이가 땅에 떨어진 인천 구단의 문제는 이미 앞서 일부 선배 시도민구단들이 겪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인천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단 임금문제 등 일련의 상황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지난해 임금 체납으로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과거 인천은 구단 자구책으로 수익성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가스충전소 운영 등을 검토했었지만, 법적인 문제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수익사업을 해야 생존의 기반을 다지지만, 여전히 인천시에 기대 후원사를 모으고 있는 수준이다.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셈이다.
소송에 이름을 올린 A선수는 익명을 전제로 "인천은 승리수당, 출전수당 체계가 다른 시도민구단과 비교하면 꽤 높았다. 이를테면 3연승 시 2천만원 등 누적제였다. 경기를 치르면서 이를 어떻게 감당하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인천에서 뛰고 있는 선수 일부는 지난해 연봉 일부를 밀려 받는 등 여전히 체불이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안다. 밖으로는 마케팅으로 구단의 치부를 가리려 했지만 결국 터질 일이 터졌다"라고 주장했다.
인천 외에도 다른 시도민구단을 경험했던 B선수도 "소송에 참여했던 선수 중 일부는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비를 다른 선수에게 빌린 경우도 있었다. 구단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면 기다려 달라는 대답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자유계약 형식으로 선수를 영입하다 보니 경력이나 실력이 객관적으로 봐도 떨어지는 선수가 입단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B선수는 "동계 훈련을 진행하는 중에 새얼굴이 등장한다. 누군지도 모르고 서로 친분을 쌓기도 전에 시즌이 시작된다. 영입 과정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던 분위기"라고 전했다.
B선수의 말대로 인천은 지난해 48명을 활용했던 대전 시티즌보다는 적었지만 28명이 뛴 전남 드래곤즈보다는 많은 33명으로 선수단을 꾸렸고 이 중 4명은 딱 1경기만 뛰었다. 선수 출전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소위 '잉여 선수'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는 지난해만 해당하지 않는다.
소송은 계속 진행된다. A선수는 "우리가 해결 짓지 않으면 다른 구단으로 독버섯처럼 번질 것이다. 다른 시도민구단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확실히 체납된 금액을 받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자금 융통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5월이면 군소 후원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앞으로 합리적인 임금 책정 등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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