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전지현 없는 '엽기녀', 여전히 미안하다"

[권혜림기자] '엽기적인 그녀2'의 감독과 배우 차태현이 전지현이 연기한 전편의 '그녀'를 비구니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 제작 신씨네)의 언론 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조근식 감독과 배우 차태현이 참석했다. 주연 배우 빅토리아는 중국 스케줄로 불참했다.

'엽기적인 그녀2'는 원조 엽기적인 그녀(전지현 분)를 떠나보낸 견우(차태현 분)가 그의 인생을 뒤바꿀 새로운 엽기적인 그녀(빅토리아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 신혼이야기다.

15년 만에 시리즈로 부활한 '엽기적인 그녀2'를 연출한 조근식 감독은 새 영화에서 과거의 그녀를 비구니로 만든 설정에 대해 설명했다. 전편이 배우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려뒀던 만큼 이같은 설정은 배우와 전편의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길 법했다.

조 감독은 "(그녀가 비구니가 된 설정 탓에) 신성모독, 불경죄 같은 욕을 얻어먹었다. 성경책에 낙서하고 벌 받기 기다리는 학생의 마음이랄까"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확히 이야기하면 제가 비구니로 만든 것이 아니라 1편의 그녀를 잠깐 속세에서 떠나게 한 것"이라며 "처음에 이 아이디어 기획회의 했을 때 저의 입장은 애초에 그녀를 없던 것으로 하거나 죽은 것으로 하자는 쪽이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면 너무 무책임하거나 슬픈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이야기 톤이 정해지며, 시작에서 견우에게 너무 무겁고 슬프지 않은 이별을 줄 필요가 있었다"며 "그래야 새로운 그녀를 만나고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1편을 좋아한 분들에겐 이 영화가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한 조근식 감독은 "그런 면에 대해선 사과드리고 여기서 죄송한 마음을 표현한다"고 답했다.

차태현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전지현이 없는 '엽기적인 그녀'라니, 사실 미안한 마음이기도 했다"며 "둘이 안하면 할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전지현에게 아직도 굉장히 미안하다. '해야 하는게 맞나' 싶을만큼 큰 충격으로 와닿았는데 (제작사에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녀'를 둘러싼 설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차태현은 "우리 영화에서 그녀를 못본다는 것 때문에 저도 속상하고 아프니 그녀의 팬들, 그 분들은 더 속상할 수 있다"며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답했다.

영화는 오는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