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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이범수 "父 돌아가실 때, 숨막히는 슬픔 깨달아"


"아이들 볼때마다 아버지 생각나" 눈물

[김양수기자] 배우 이범수가 가슴 뭉클한 사부곡으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버이날을 맞아 '아빠도 아빠가 필요해' 편을 선보였다.

방송에서 이범수는 어버이날을 맞아 호국원을 찾았다. 이범수의 아버지는 생전 6.25 참전 용사이자 국군 대위를 지낸 군인. 이 날 방송을 통해 처음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공개한 이범수는 "자상할 때 자상하셨지만 엄하시고 표현에 서툰 분이셨다"고 추억했다. 이어 "소을이가 태어나고 내가 이렇게 기쁜데 아버지는 나를 두고 얼마나 기쁘셨을까….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다을이가 태어난 것을 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두고 "숨막히는 슬픔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회고한 이범수는 이 날 생전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북엇국과 인절미, 홍어를 직접 마련해 소다남매와 함께 아버지를 찾았다.

이어 공개한 이범수의 아버지 전상서에는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다. '슈퍼맨' 제작진은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간 이범수의 편지 전문을 보고 제작진도 큰 감동을 받았다. 글씨 역시 명필이었다. 때문에 손 편지 그대로의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전문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하 '아버지 전상서' 전문

아버지께.

아버지, 범수입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지도 벌써 3년이 다 돼가네요. 제가 하는 일들이 잘 될수록, 소을이 다을이가 커가며 예쁜 모습을 보일수록,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으면 참 좋아하셨을텐데하고 아버지를 그려봅니다. 요즘처럼, 전국의 많은 시청자분들께 우리 소을이 다을이가 사랑받는 모습을 보신다면 정말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셨을텐데 말입니다.

저는 아버지께 얼만큼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한편으론 아버지께서 살아 생전 얼만큼 저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셨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제가 살아가길 바라셨음을 압니다. 수더분하고 사내답게 투박하기도 하고 듬직하길 바라셨었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우직하기 보단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고 수더분하기 보단 활달했고, 투박하기 보다는 섬세한 성격이었고, 성실하고 듬직하기 보단 장난끼 많고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아이였죠.

배우가 되겠다고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할 때나 대학 졸업 후 별 볼일 없이 무명 배우 생활을 할 때나 돌이켜보면 바람대로 안되고 걱정만 끼치는 아버지 맘에 안드는 아들이었던 셈입니다.

아버지께선 언제나 성실하고 강직하셨습니다. 늘 검소하셨고 청렴과 소신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어린 제 눈엔 아버지의 성실함이 외로움으로, 강직함이 고지식함으로, 근검절약이 나약함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음이 융통성 없음으로, 도태로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춘기 학창시절이었죠. '아버지처럼만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던 반항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지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피는 못 속인다고 저도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 칭찬은 못들었지만 저도 소처럼 우직하게 누가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배우라는 직업의 한 우물만 성실히 파왔고, 힘든 무명 시절에도 투박하고 강직하게 편안함과 타협하지 않고 배우의 길을 걸어왔기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도 많이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시던 날, '숨막히는 슬픔'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자식이야 또 낳으면 된다지만 한 번 잃은 아버지를 찾을 길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못다한 말이 너무 많아 슬픕니다.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수천 번 해드렸지만 수억 번 해드리지 못해 슬픕니다. 무엇보다 나이 들고 생각해보니 가장 크게 슬픈 건 가정을 이끄시고 저를 키우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다고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 말씀조차 못 해 드린 것입니다.

저를 이렇게 밥값은 하고 다니는, 사람 구실도 하는 인간으로 키워주시고 성장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아버지랑 성격이 똑같아 입바른 소리를 속으로만 여기는 성격인데오. 아버진 언제나 제 마음 속에 작은 영웅이셨습니다. 예나 지금이나요.

나의 작은 영웅, 우리 아버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슬프지만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울지 않겠습니다. 언젠가 뵙겠죠.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하늘 나라에서 맘 편히 계시길 바랍니다.

사랑해요. 아버지.

2016. 05. 아버지의 사랑하는 아들 범수 올림.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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