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원래 (홍)성갑이를 내리려고 했는데, 어제 하나 쳤잖아요."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선수단 운영 계획을 하나 수정했다. 윤석민을 1군 엔트리에 등록시키며 2군으로 내려보낼 선수가 바뀌었다.
염 감독은 26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윤석민의 복귀 계획을 설명했다. 개막 직후 왼 손목에 사구를 맞는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윤석민은 27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윤석민의 복귀로 누군가는 2군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 염 감독은 "투수를 한 명 내리기로 했다"며 "(박)정준이가 내려간다. 원래는 성갑이를 내리려고 했는데, 어제 하나를 쳤다. 20일짜리 안타였다"고 말했다.
홍성갑은 지난 25일 한화와의 경기, 7-8로 뒤지던 9회말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후 넥센은 정우람의 끝내기 폭투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으니 홍성갑이 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낸 셈이다. 한화 배터리는 2사 2루에서 김하성을 고의4구로 거르며 홍성갑과의 승부를 선택했지만, 홍성갑은 보란 듯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홍성갑의 동점타는 팀 승리에 발판을 놓은 안타였을 뿐 아니라 스스로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이른바 '생명연장타'였다. 염 감독이 '20일짜리 안타'라고 말한 것은 그 안타 하나로 20일은 더 1군에 머물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염 감독은 "사실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1군에 있으면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도 이해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를 쳤다는 것은 그만큼 타격감이 좋다는 뜻이다. 좋은 감을 굳이 2군에서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사실 감독이라면 코칭스태프와의 협의를 거쳐 세워놓은 선수단 운영 계획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선수 개인의 가치를 먼저 생각했다. 기분 좋은 안타 하나가 홍성갑의 성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홍성갑의 달라진 가치로 팀이 얻을 이득을 치밀하게 계산했다.
염 감독은 "만약 바로 2군으로 내려간다면 성갑이도 많이 서운할 수 있다"며 "또 다른 효과도 있다. 오늘 정우람이 등판하면 성갑이를 대타로 내면 된다. 어제의 성갑이와 오늘의 성갑이는 완전히 다른 선수라는 점이다. 어제 그걸 쳤기 때문에 오늘은 상대가 성갑이를 전보다 어렵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이 예상한 시나리오가 현실로 펼쳐졌다. 염 감독은 이날 한화전에서 6-7로 뒤지던 9회말 2사 2루 동점 찬스가 찾아오자 박정음 타석에 홍성갑을 대타로 내세웠다. 마운드에는 바로 정우람이 있었다.
정우람은 염 감독의 예상대로 홍성갑을 쉽게 상대하지 못했다. 전날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 직구를 꽂아넣다가 통한의 동점타를 허용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정우람은 초구에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공을 던졌다.
결과는 정우람의 승리. 홍성갑은 1볼 이후 스트라이크-헛스윙-헛스윙으로 삼진 아웃을 당했다. 경기는 그대로 넥센의 6-7 패배로 막을 내렸다.
팀도 패했고, 홍성갑도 전날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홍성갑은 박빙 승부에서 또 한 번 정우람과 상대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조이뉴스24 고척돔=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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