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승부차기끝 아틀레티코 꺾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성필기자] 운은 형님에게 따랐다.

'형님 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스페인)이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접전을 벌여 '동생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아틀레티코, 스페인)를 꺾고 유럽 정상에 올랐다.

레알은 2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 기록을 다시 썼다. AC밀란(7회, 이탈리아)과의 격차도 크게 벌렸다.

레알의 주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결승전 득점에 실패했지만 승부차기의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드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골로 득점왕도 차지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보는 7번째 주인공이 됐다. 부임 반 년 만에 일군 우승이라는 점에서 남달랐다.

2013~2014 시즌 결승전에서 레알에 발목을 잡혀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틀레티코는 창단 첫 정상을 노렸지만 승부차기 실축이 뼈아팠다. 다시 정상 문턱에서 좌절하며 올 시즌 무관에 그친 아틀레티코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양 팀은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레알은 BBC라인(카림 벤제마-가레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웠고 아틀레티코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페르난도 토레스를 앞세워 화력전을 펼쳤다.

전반 15분 레알이 아틀레티코의 그물망 수비를 뚫었다. 토니 크로스가 시도한 프리킥을 베일이 헤딩으로 떨어트렸고 세르히오 라모스가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아틀레티코의 막강 수비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골 승부였다. 먼저 골을 넣은 레알은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수비를 강화했다. 만회골이 필요했던 아틀레티코가 오히려 점유율을 높이며 슈팅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후반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시작된 경기는 1분 만에 변수가 발생했다. 토레스가 페페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그리즈만의 킥이 골대에 맞고 나왔다. 레알은 웃고 아틀레티코는 탄식했다.

좋은 기회를 놓친 아틀레티코지만 34분 기어이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안 프란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중앙으로 연결한 볼을 페레이라 카라스코가 밀어 넣으며 균형 잡기에 성공했다.

추가골 만들기에 애를 먹은 양 팀은 연장전에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지만 쉽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볼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운명은 잔인한 승부차기로 향했다.

네 번째 키커에서 운명이 갈렸다. 아틀레티코 후안 프란의 킥이 골대에 맞고 나왔고 레알의 5번째 키커 호날두가 나서 성공하며 기나긴 승부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