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은 31일 고척스카이돔. 7회초까지 1-4로 뒤진 넥센은 7회말 중요한 공격 기회를 맞았다. 2점차로 쫓아가던 경기 후반. 마침 공격은 9번 임병욱부터 상위타순으로 연결되는 타이밍. 선두타자 출루가 중요했다. 좌타자 임병욱을 상대하기 위해 삼성은 호투하던 우완 웹스터를 빼고 좌완 백정현을 투입했다.
임병욱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에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타구는 좌측 외야와 3루 관중석 사이로 떨어졌다. 유격수 김재현과 좌익수 최형우가 급히 뛰어나왔으나 타구를 잡기는 어려워 보였다. 두 야수가 서로 엉키려는 순간 최형우가 절묘하게 슬라이딩하면서 글러브를 뻗었다. 타구는 그라운드로 떨어지기 직전 최형우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다음 공을 준비하던 임병욱은 허탈하게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최형우의 기막힌 수비 하나가 귀중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만들어낸 것이다.
후속 서건창이 친 타구 또한 좌익수 쪽으로 날아갔고 최형우는 어렵지 않게 타구를 처리했다. 눈 감짝할 사이에 상황은 2사. 후속 고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이택근은 바뀐 투수 김대우로부터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2사 1,3루. 그러나 김대우는 힘있는 4번타자 윤석민을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하고 이닝을 마감했다.
최형우의 수비가 삼성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수비보다 타격능력에 강점을 가진 최형우이지만 이날 7회 임병욱을 잡아낸 슬라이딩캐치는 '디펜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선수들에 전혀 못지 않았다.
이날 삼성은 1회초 이승엽, 조동찬의 홈런포로 3점을 얻은 뒤 추가득점을 하지 못해 줄곧 고전했다. 7회초 1점을 얹은 뒤 넥센의 후반 추격이 시작되려던 상황이었다. 최형우가 보여준 절묘한 수비 하나로 선두타자를 잡았고, 결과적으로 리드를 굳히며 3연승 행진을 잇는 계기가 됐다.
이날 최형우는 5회와 7회 연속 볼넷을 얻었을 뿐 안타 없이 5타석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회 투런홈런을 친 3번 이승엽, 징검다리 솔로홈런을 쳐낸 5번 조동찬에 비해 타격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가 엄습할 뻔했던 7회의 멋진 '자살(put out)' 하나로 삼성 마운드와 수비진에 안도감을 심어줬고, 이는 쉽지 않은 접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보이지 않은 요인이 됐다. 최형우의 수비가 삼성을 살렸다.
조이뉴스24 고척돔=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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