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석라탄' 석현준(FC포르투)은 집요했다. 그 집요함이 멋진 골을 만들어냈다.
석현준은 5일 밤(이하 한국시간) 체코 프라하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 한국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지난 1일 스페인전에서는 후반 교체로 나섰던 석현준은 이날은 선발 출전해 체코 수비진을 괴롭히며 골사냥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
유럽 리그에서 뛰며 다져진 석현준의 근성은 이날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퓨출했다. 팔에 자신의 첫 소속팀 아약스(네덜란드)의 엠블럼을 문신으로 새겨 넣은 데서 알 수 있듯 어디서든 살아 남겠다는 의지를 지닌 석현준은 자신보다 훨씬 힘이 좋은 체코 수비진과 강하게 경합했다.
석현준의 전담 수비수는 미할 카들렉(페네르바체)이었다. 중앙 수비수인 카들렉은 석현준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막아내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던 석현준은 시종일관 몸싸움을 했다. 전반 초반에는 공중 볼을 다투다 왼쪽 눈썹 부근이 찢어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그래도 석현준은 계속 싸웠다. 자신이 공간을 확보해야 2선 공격진의 슈팅 기회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집요한 노력의 결실은 1-0으로 앞서 있던 전반 39분에 맺어졌다. 카틀렉과 싸우고 있던 석현준은 역습 상황에서 윤빛가람(옌볜 푸더)의 패스가 연결되자 지체없이 한 번 볼을 트래핑한 뒤 강하게 슈팅을 해 추가골을 만들었다. 체코의 살아있는 전설인 세계적 골키퍼 페트르 체흐(아스널)를 앞에 두고 때려넣은 골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골 이후에도 석현준은 끊임없이 공간을 창출하려 애썼다. 결국 체코의 파벨 브르바 감독은 카들렉을 후반 시작과 함께 빼버렸다.
카들렉이 교체된 뒤에도 석현준은 계속 상대와 부딪히고 넘어졌다. 공격수가 해야 할 일을 끝까지 잊지 않은 것이다. 후반 42분 황의조(성남FC)와 교체돼 물러나는 순간 경기장에 모인 1만6천490명의 체코 팬들은 그에게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현준은 동료와 인사하고 체코 수비진과도 악수를 하는 등 여유있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를 즐기겠다던 석현준은 끝까지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며 벤치로 물러났다.
한국은 윤빛가람과 석현준의 골로 2-1로 체코를 꺾었다. 특히 석현준으로 인해 원톱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슈틸리케호다.
조이뉴스24 프라하(체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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