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년 전에는 당황했는데 지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시즌 중 장쑤 쑤닝(중국)의 100억원대(추정치, 계약기간 2년 6개월) 거액 영입 제안을 받고 팀을 옮기게 된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상황 논리'를 내세웠다.
최 감독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 안산 무궁화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21일) 전격적으로 알려진 장쑤행 배경에 대해 전했다.
최 감독은 "착잡한 마음이지만 가는 것은 가는 것이고 일단 팀을 FA컵 8강에 올려 놓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입을 열었다. 이날 경기는 최 감독의 FC서울 고별전이 됐다.
지난해 7월에도 장쑤의 사령탑 제의가 있었지만 의리를 내세워 포기한 적이 있었던 최 감독은 이번 결정에 대해 "1년 전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한 번 정도는 가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쉽게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조금만 성적이 부진해도 감독이 경질되는 경우다 다반사다. 그는 "실패해도 두려움은 전혀 없다. 쑤닝 그룹이 구단을 인수하고 비전을 보여줬고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봤다. 결과보다 기업 이미지를 끌어 올리려고 하는 것 같다. 나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장쑤는 지난해 정규리그 순위가 9위로 내려가는 등 안 좋았지만 올해는 2위로 순항 중이다. 최 감독도 "지난해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올해는 안정이 되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로 꾸려졌다"라며 팀을 맡을 수 있는 여건이 됐음을 강조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도 마찬가지다. 최 감독은 "세계적인 감독들과 대결을 한다니 설렌다"라고 전했다.
물론 최 감독의 장쑤행에는 비판도 따른다. 시즌 중 갑자기 떠나는 것을 두고 '돈을 보고 간다'는 등 최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그는 "그런 의견도 존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버스에 갇혀봤던 지도자가 얼마나 되느냐. 내 마음 속은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시즌 끝나고 가는게 최선이지만 이런 특권이 어디 있을까 싶다"라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떠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
'맨땅에 헤딩'이란 말로 장쑤에서의 도전을 표현한 최 감독은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다"라며 이미 슈퍼리그에 진출한 창춘 야타이 이장수, 옌볜 푸더 박태하, 충칭 리판 장외룡, 항저우 뤼청 홍명보 감독에게 도움을 받겠다고 얘기했다.
사람은 늘 생각이 바뀐다는 최 감독은 "가서 도전하겠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라며 큰 일을 내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FC서울 팬들은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최용수 더 높은 곳을 향해' 등의 현수막을 펼쳐 고별전을 펼치는 최 감독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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