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스승 최용수 감독의 고별전에서 윤주태(FC서울)가 멀티골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16강 FC서울-안산 무궁화전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사령탑으로 옮기는 최용수 서울 감독의 고별전이었다. 21일 최 감독의 전격 장쑤행이 발표된 뒤라 이날 경기에 대한 관심은 컸다.
최 감독은 안산전에 박주영, 윤주태 투톱을 선택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일단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토너먼트는 뒤가 없는 경기다. 무조건 이기고 볼 일이다"라고 승리를 위해 경기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감독의 윤주태 기용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안산은 챌린지(2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 수원 삼성에서 온 김은선, 전북 현대 출신 정혁, 최보경 등 클래식 경험이 많은 자원이 대다수다. 안산 이흥실 감독도 "클래식 경험이 많은 자원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들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래도 결정력은 서울이 한 수 위였다. 특히 윤주태가 그랬다. 최 감독은 늘 윤주태를 보면 미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데얀, 아드리아노 등 특급 공격 자원이 팀에 있어 윤주태는 조커로 활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윤주태의 승리욕은 대단하다. 그 역시 선발 출전을 원하지만 최 감독의 고민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지난 16일 수원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는 최 감독을 옆에 두고 "내가 감독이라도 아드리아노와 데얀을 선발로 내세울 것 같다"라고 말해 최 감독을 껄껄 웃게 만들었다.
이날 윤주태는 최 감독의 고별전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듯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전반 11분 크로스바를 맞히는 슈팅을 보여주며 좋은 감각도 보여줬다. 29분, 박주영이 미드필드 왼쪽에서 연결한 볼을 잡아 오른발로 골망을 가르며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에도 윤주태는 박주영이 넘어지며 패스한 것을 잡아 오른발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최 감독은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 대신 가벼운 박수로 윤주태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윤주태는 골을 넣고 서울 진영으로 돌아가면서 최 감독에게 천천히 걸어가 악수를 청했다. 최 감독은 윤주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마워했다. 영입을 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두 골을 넣으며 활약한 윤주태 덕분에 서울은 2-1로 이겼고, 서울이나 최 감독 모두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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