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서현진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이 연기한 오해영은 결혼 전날 파토나고, 동기들 승진할 때 혼자 미끄러지고, 집에서도 쫓겨나 흙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보통 여자다. 학창시절 동명이인인 '예쁜 오해영'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또 오해영은 맹목적으로 한 남자만 바라보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서현진은 오해영과 실제의 본인의 성향은 다르지만 오해영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현진은 최근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 속 오해영은 자존감이 한 축, 다른 한 축은 사랑이다. 결국은 사랑 이야기다. 자존감이 낮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라며 "사랑이야기 부분에 있어선 내 연애의 민낯을 다 보여드리자가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오해영이지만 서현진이란 사람이 연기하니까 내 민낯을 보여줄 용기가 없으면 공감하지 못 할 거라 생각했다. 밀착 다큐처럼 봐주시기를 바랐다. 창피하긴 했다"며 "용기 내서 더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셨고 그간의 작품들 중 가장 거짓 없이 연기했다"고 했다.
그만큼 서현진은 오해영 캐릭터에 애착이 컸고 푹 빠져들었다. 한 사람만 바라보는 오해영의 사랑 방식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현진은 "촬영 때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제가 봐도 오해영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랑,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현진과 일문일답.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소감은
시청률이 잘 나오는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포인트를 시청자 분들이 같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고 기뻐해주는 게 좋은 일이구나 싶더라. 우리 드라마가 웰메이드였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다.
▶오해영이 다른 배우에게 먼저 갔던 캐릭터다. 하게 된 계기가 있나
결정할 권리가 제게 없었다.(웃음) 대본이 좋아서 하고 싶다고 생각은 했다. 제가 이 캐릭터를 안 해도 상관 없는데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고, 하고 싶었지만 욕심을 내진 않았다. 이 대본을 하면 어려움 없이 내 나이에 맞게 할 수 있겠다 정도 생각했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대본이 좋으니까 웰메이드가 되면 우리끼리 좋겠다 싶었다. 또 5프로 넘어서 포상휴가 가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정도였다.(웃음)
▶2030 젊은 여성들이 특히 공감하는 드라마였다. 본인은 어떤 부분에 공감했나
제가 생각한 드라마 속 오해영은 자존감이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은 사랑이다. 결국은 사랑 이야기다. 자존감이 낮은,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 또한 매일 존재의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그런 모습들이 잘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 부분에 있어선 내 연애의 민낯을 다 보여드리자가 목표였다. 결국 오해영이지만 서현진이란 사람이 연기하니까 내 민낯을 보여줄 용기가 없으면 공감하지 못 할 거라 생각했다. 밀착 다큐처럼 봐주시기를 바랐다. 창피하긴 했다. 여기까지 해야 하나. 그러다가 용기 내서 더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그동안 찍었던 작품들 중에 가장 거짓 없이 연기했다.
▶피해의식이 강한 캐릭터다. 그런 경험이 있나
피해의식 느껴본 적 없나? 피해의식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건진 말할 수 없다. 제 피해의식이고 창피한 게 있다.(웃음) 피해의식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날카롭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말을 뾰족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오해영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연기했다.
▶가장 공감 가는 장면이 있나
12회에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나를, 어떻게 쉽게 버리니'라는 대사가 있다. 이 대사를 한 번도 연습을 안 해보고 슛 갈 때 처음 해봤다. 진짜 많이 울었다. 오해영 캐릭터를 좋아해주신 건 다들 생각은 하지만 내뱉지 못 한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고싶다'는 박도경(에릭)의 말에 바로 달려간다. 실제라면 어땠을까
얼떨결이었을 거다. 좋아서 간 건 아니고 엄마 같은 마음이었다. 난 그렇게 연기했다.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평소 하지 않은 말을 했기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갔다. 실제의 나라도 바로 달려간다. 보고 싶다는데.(웃음)
▶오해영 캐릭터와 서현진이 비슷한 느낌이 있나
연기를 하면서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 했는데 되짚어 보니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용기 있게 다가가는 부분에 있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그런데 여전히 쉽지는 않다.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나
다행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다. 좀 주책맞다고 생각한 부분은 있었다. 남자에 눈이 멀어서 엄마 아빠도 안 보이고(웃음). 촬영 현장에서 모든 분들이 헛웃음 짓고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 없다'고 한 적도 있다. 저도 그건 참 한심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만큼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랑, 나도 그런 사랑 하고 싶다.
▶실제 연애관은 어떤가
솔직한 게 좋은 것 같다. 옛날에는 연애는 곧 결혼이란 생각을 안 했는데 나이가 해영이만큼 먹다 보니, 이젠 좀 결혼을 바라보는 연애를 해야 하나 싶으니 사람 만나는게 더 어려워지더라. 난 다가가지도 못 하고 다가오게 하지도 못 한다. 그냥 가만히 있는다. 난 내색도 잘 못 한다. 고백도 못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답답이다. 내게 사랑은 어려운 확률이다.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나
제 연기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런 대본과 드라마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가장 크게 감사하는 이유는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인성이 너무 훌륭했다. 정말 밤 많이 새고 까칠한 사람 나오기 마련인데다 특히 감독님은 하루 1~2시간 이상 주무신 적 없는데 큰소리 짜증 한 번 안 내시는 도인이시더라. 제일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는 분이 웃고 계신데 누가 화를 내겠나. 현장이 너무 좋았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너무 많다. 거짓 없이 가장 솔직하게 연기를 하긴 했다. 그래도 100프로는 아니었다. 테크닉도 필요한 것 같다. 전 생것 날것으로 내 감정만 좋으면 잘 전달되겠지 했는데 모니터를 해보니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테크닉도 필요하겠구나 싶더라.
▶앞으로 수식어로 오해영이 따라다닐 텐데 부담감은 없나
그러면 감사하다. 평생 못 만날 수 있는데 기억을 해주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다행이다. 내가 애착하는 드라마를 가장 많이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다. 향후 행보는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걸 극복하는 건 이제 저의 몫이다.
▶드라마를 다 끝내고 나니 어떤가
포상휴가 가서 엄청 술마셔야지 생각하고 있다.(웃음) 버릇없이 군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는 순간에도 잘 받아주셔서 에릭 오빠에게 감사하다. 시청자 분들께는 드라마가 좋았다면 정말 다행이다. 작가님과 '16개의 즐거움을 위해서 화이팅'이란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시청자 분들께서 즐거웠다면 정말 다행이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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