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48)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나 부산 아이파크 감독 시절 스트레스를 받으면 클럽하우스에서 운동에 온힘을 쏟고는 했다. 특히 러닝을 많이 해 잡념을 지우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구상을 하나씩 맞춰갔다.
황 감독이 서울 사령탑에 앉은 지도 12일째다. 황 감독은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을 지휘하면서 또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한 번 뛰기 시작하면 1시간은 기본으로 넘긴다. 현역 시절 다쳤던 무릎의 재활 트레이닝 성격도 있다. 건강을 챙겨야 더욱 열정적으로 팀 지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서울 부임 후 아직 데뷔 승리가 없다. 2경기 2패다. 초보 감독이었던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는 개막전에서 전북에 2-1로 이기며 사령탑 데뷔전에서 데뷔승을 챙겼다. 그 이후 14경기에서 4무 10패(리그컵 제외)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혹독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부산에서 지도력을 연마한 뒤 2011년 맡은 포항 스틸러스에서는 두 경기 만인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1-0으로 이기며 포항 사령탑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리그 첫 패배 전까지 5승 3무의 호성적을 이어갔다.
이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황 감독은 새로 팀을 맡았다고 해서 데뷔 승리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부산과 포항은 황 감독이 시즌을 앞두고 팀을 맡아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했던 팀이다.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며 내용과 성적에서 들쑥날쑥 기복을 겪어야 했다.
반면, 이번에 부임한 서울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시즌 도중 팀을 맡은데다 전임 최용수 감독(장쑤 쑤닝 감독)이 팀의 틀을 완성해놓은 상태에서 물려받았다. 황 감독이 자기 스타일로 유지, 보수하며 리모델링만 잘 해주면 되는 팀이다.
황 감독은 정상급 선수들을 보유한 서울에 대해 가능성과 믿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있다. 가족과 통화를 하는 데얀을 보며 "데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라고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벌써 친밀감을 쌓은 것에서 황 감독의 지도력을 읽을 수 있다.
주말에 열리는 19라운드 울산 현대전을 앞두고 7일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황 감독은 '자신'보다는 '팀'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서울은 최근 4경기 무승에 3연패 부진에 빠져 있다. 모든 관심이 황 감독의 서울 적응과 첫 승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마음 같아서는 내일이라도 적응을 끝내고 싶다"라며 웃은 뒤 "세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라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보다는 팀 문제에만 신경을 쏟았다.
황 감독이 이끄는 서울의 세 번째 상대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는 울산 현대다. 울산은 선제골을 넣기만 하면 상대를 숨쉬기 어렵게 만드는 끈끈한 능력을 과시 중이다. 윤정환 감독은 "선제골을 넣고 그 다음 골을 넣기가 어려울 뿐이다. 골만 터져준다면 울산에 깔린 (수비축구라는) 시선을 거두어낼 수 있다"라고 항변 중이다.
서울은 지난 4월 24일 울산 원정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박주영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당시 모든 기록에서는 울산에 밀렸던 '의외성'이 있었던 경기였다. 이는 울산이 역시 한 골 승부에 상당히 강하고 서울의 약점을 충분히 파악해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는 '혼란기'를 겪고 있는 서울을 상대로 또 수비에 무게를 두고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으로서는 18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선보였던 장신 공격수 멘디의 활용법이 이번 서울전의 중요한 변수다. 멘디가 크게 위협이 되느냐 마느냐는 서울 수비진의 능력에 달린 셈이다. 황 감독은 "상대보다 우리가 내실을 다져야 한다"라며 서울의 장점을 살리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울산은 실점 부문에서 21실점으로 전체 2위 최소실점의 짠물 수비를 자랑한다. 반대로 서울은 35골을 넣으며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의 창과 울산의 방패가 충돌한다. 물론 서울 골의 3분의 1에 가까운 11골을 아드리아노가 넣었다. 아드리아노는 퇴장에 따른 징계로 오는 31일 포항전까지 총 6경기 출전하지 못해 황 감독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느긋한 황 감독이다. 그는 "빨리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과 공유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소통을 통한 팀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녹아들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멀리, 넓게 봐야 더 큰 것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황 감독의 큰 구상이다. 데얀, 박주영, 윤주태, 윤일록, 다카하기 등 서울의 기본 화력이 충분한 데서 나오는 여유일 수도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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