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의 멘붕 부른 '히메네스의 과욕'

[정명의기자] 히메네스의 과욕이 호투하던 허프의 '멘탈 붕괴'를 불러왔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선수 히메네스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3회말 아쉬운 수비를 하나 선보였다. 히메네스의 실책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던 선발투수 허프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1사 2루에서 류지혁의 타구를 2루수 손주인이 기막히는 다이빙캐치로 걷어낸 뒤 3루를 돌아 홈을 향하던 주자 김재호를 협살로 몬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손주인의 송구를 이어받은 3루수 히메네스가 무리하게 김재호를 직접 태그하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

김재호는 재빨리 달려 홈을 밟았고, 히메네스는 다이빙을 하면서까지 태그를 시도했다. 심판 판정은 세이프. LG 쪽에서 합의판정을 신청했으나 번복은 없었다.

느린 화면 속에는 히메네스의 글러브가 김재호의 종아리를 먼저 태그한 것으로 나왔다. 이대로라면 아웃이 맞았다. 하지만 심판 측은 포수 박재욱이 홈 충돌 방지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정했다. 홈으로 들어오는 김재호와 박재욱이 부딪혔기 때문.

결국 류지혁의 타구는 내야안타로 기록됐고, 스코어는 1-1 동점이 됐다. 이후 허프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경민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1,3루. 이어 정수빈에게 투수 땅볼을 잘 유도했다. 2루에 던졌다면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었고, 3루 주자를 다시 한 번 협살로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허프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양 어디에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 3루 주자 류지혁이 홈을 밟으며 1-2 역전.

이어 허프는 민병헌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번에는 포수 박재욱이 흔들렸다. 패스트볼을 범한 뒤 홈 커버를 들어온 허프에게 무리하게 송구, 이미 홈을 밟은 허경민의 어깨를 맞히고 말았다. 공이 굴절되는 사이 추가로 2루 주자였던 정수빈까지 득점을 올렸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1-4까지 벌어졌다.

더 이상 허프에게는 공을 던질 의욕이 없어 보였다. 계속해서 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를 내준 허프는 1-8 상황에서 마운드를 유재유에게 넘기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날 허프의 투구 성적은 2.2이닝 8피안타 8실점. 그러나 실책 3개가 겹치며 자책점은 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