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안팎에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생순'은 '우생순'이다.
임영철(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브라질 리우 입성 후 빡빡한 훈련을 소화 중이다. 이미 국내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지옥훈련을 소화했지만, 리우에서는 현지 적응과 함께 체력 강화에 다시 한 번 집중하고 있다.
대표팀이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키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림픽 여자 핸드볼은 12개 팀이 6개팀씩 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상위 4개 팀이 8강 결선 토너먼트에 올라 메달권 진입 여부를 가른다.
A조에는 개최국 브라질을 비롯해 노르웨이, 몬테네그로, 스페인, 루마니아, 앙골라가 포진해 있다. B조에는 한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아르헨티나가 있다. A조와 비교해 B조는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국은 유일한 아시아 팀이지만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러시아, 프랑스 등이 한국을 집중 경계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의 화려한 올림픽 역사도 유럽팀들이 경계하기에 충분하다. 1984 LA 올림픽 은메달, 1988 서울 금메달을 시작으로 1992 바르셀로나 금메달, 1996 애틀랜타 은메달, 2000 시드니 4위, 2004 아테네 은메달, 2008 베이징 동메달, 2012 런던 4위 등 한국 여자핸드볼은 늘 메달권에 있었다.
한국은 최소 조 2위로 8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A조 1~2위 팀으로 예상되는 노르웨이나 루마니아, 스페인을 피하기 위함이다. 오는 7일 러시아와의 첫 판이 상당히 중요하다. 러시아와는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주 만나는데 한국이 신승하거나 패하는 등 빡빡한 상대다.
임 감독은 리우 출발 전 메달권 진입을 자신했지만, 막상 현지 도착 후에는 "역대 최약체다"라고 몸을 낮췄다. 부상자의 회복이 더딘 부분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주포인 류은희(26, 인천시청)가 2015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어깨 부상을 당한 것이 전력 약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현재는 회복을 했다고는 하지만 유럽팀과 체력 싸움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관건이다.
2012 런던 대회 당시 주득점원이었던 센터백 김온아(28, SK 슈가글라이더즈)가 조별리그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부상 당해 결선 토너먼트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아픈 기억도 생생하다. 이번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라이트윙 정유라(24, 대구시청), 레프트백 심해인(29, 삼척시청) 등도 부상으로 4강, 3~4위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노련함이 보강된 것은 고무적이다. 런던 대회 당시와 비교해 평균 연령이 만 26.5세에서 28세로 올라갔다. 4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베테랑 골키퍼 오영란(44, 인천시청)이 뒷문을 지키고 있고 라이트윙 우선희(38, 삼척시청)도 런던의 한을 풀기 위해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나섰다.
중간층도 좋다. 류은희와 함께 김온아가 중심을 잡아주고 김온아의 백업인 센터백 권한나(27, 서울시청)도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코리아리그를 통해 경험을 쌓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성과까지 낸 레프트백 김진이(23, 대구시청), 레프트윙 최수민(26, 서울시청), 라이트백 유소정(20, SK슈가글라이더즈) 등 젊은피들도 올림픽 무대를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임 감독의 호랑이 리더십이 한국의 또 다른 무기다. 임 감독은 2004, 2008 두 번의 올림픽 경험으로 국제대회 치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을 풀고 조이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번 대회의 경우 경기 시간이 오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어 임 감독의 노하우를 앞세운 지도력은 필수다.
2013년 대표팀 전임 감독이 된 뒤 임 감독은 선수들을 두루 살피며 유럽세를 넘기 위해 체력 훈련 비중을 높였다. 해병대 훈련으로 정신력도 만들었다. 선수들도 임 감독을 믿고 똘똘 뭉쳤다.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2012년 노메달의 한을 충분히 풀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도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주는 '우생순'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여자핸드볼이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키며 새로운 버전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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