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무래도 토너먼트 경험이 부족하게 되니까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프로 산하 유스팀끼리 모여 겨루는 18세 이하(U-18), 17세 이하(U-17) 챔피언십 대회를 창설했다. 유소년 축구 경쟁력 강화와 프로 유스팀의 가치를 높이자는 의미였다.
축구의 도시 포항시에서 대회를 치르며 결승전은 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 포항 스틸야드에서 연다. 프로선수가 되는 관문을 쉽게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 선수들이 프로팀 경기장에서 뛸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대회에 임하는 의욕은 남다르다. 포항 스틸야드가 유스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인 셈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챔피언십 운영은 한국 유, 청소년 축구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학원 축구팀이 고사한다는 위기 의식으로 클럽 산하팀은 전국 대회 연 1회(동계 1회), K리그 주니어 리그, 왕중왕전에 출전하는 것이 전부다.
특정 전국 대회에서는 조별리그부터 학원 축구팀만 한 조에 묶는 경우도 있다. A팀 유스 담당자는 "사실상 학원 축구의 담합이라고 보면 된다. 그나마 우수 선수가 클럽 산하 팀으로 몰리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프로클럽 산하 팀이 죽음의 조에서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학원 축구의 클럽 축구팀에 대한 반감은 더욱 거세다. 결국 프로연맹은 칼을 빼들어 지난해 유스 챔피언십 대회를 만들었다. 챔피언십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치러지는 대회이기 때문에 성적 반영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든 경기는 야간에 열린다. 땡볕에서 치르다가 건강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배려다. 18시와 20시30분 등 해가 지는 시각에 경기를 치러 프로 리그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다. 경기 후 다음 경기까지 최소 48시간의 휴식을 보장한다. 세미나 등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올해 대회는 일본 J리그 기타큐슈, 제프 치바, 가시마 앤틀러스 U-17 팀이 참가하는 등 규모의 성장까지 이뤄냈다. 일본에서 온 세 팀 지도자들은 모두 야간 경기에 구급차까지 갖추고 경기를 치르는 환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생각보다 한국 프로 유스팀 경기 환경이 좋아 자국으로 돌아가 참고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3일에는 울산 현대 17세 이하(U-17) 유스인 울산 현대고가 인천 대건고를 3-0으로 완파하고 명문팀의 힘을 보여줬다. 대건고는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다. 4일 열리는 부산 18세 이하(U-18)팀 개성고와의 U-18 챔피언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실력 좋은 1, 2학년 일부를 뺐기 때문에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고 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구단이나 선수 모두 챔피언십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챔피언십을 통해 부족한 전국 대회를 치른다는 의미도 있어 더 그렇다. 최소 조별리그 3경기는 뛰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라고 전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도 "챔피언십은 왕중왕전 다음으로 비중이 큰 대회다. 유스 성장을 바라는 구단 입장에서도 가치가 있다. 더욱 집중하게 되는 대회"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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