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할 수 있어. 대건!"
"개성고 파이팅!"
관중은 적었지만, 분위기는 프로 형님들의 K리그 클래식, 챌린지(2부리그) 경기 못지않았다.
4일 포항 스틸러스 홈구장인 포항 스틸야드,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창설한 2016 K리그 18세 이하(U-18) 챔피언십 인천 유나이티드(대건고)-부산 아이파크(개성고) 유스팀의 결승전이 열렸다.
챔피언십은 K리그 클래식, 챌린지 23개팀 산하 유스팀이 모두 나선다. 명실상부 최강 유스팀을 가리는, 빠르게 권위가 올라가고 있는 대회다. 예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모든 경기가 야간에 열린다. 규칙적이면서 안전한 환경에서 프로처럼 경기를 치르기 위함이다.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결승전에서는 울산 현대 유스팀 울산 현대고가 인천 대건고를 3-0으로 누르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인천 관계자는 "U-18 챔피언십이 더 비중이 있어서 U-17 챔피언십에는 힘을 뺐다"라고 전했다. 인천은 18세 이하 결승전에 비중을 두고 1, 2학년 가운데 기량이 빼어난 선수들을 17세 이하 결승전에 출전시키지 않고 아껴뒀던 것이다.
인천 대건고는 지난해 졸업해 대학에 진학한 선배 3명이 자원해 후배들을 도왔다. 이들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4강에 머물렀던 한을 풀기 위해 소속 대학의 훈련 시간을 조절하면서 우승을 위해 봉사했다.
본부석 건너편 관중석을 좌우로 나눠 인천, 부산의 팬들이 자리해 응원전을 펼쳤다. 인천은 성인팀 서포터들이 포항까지 내려와 응원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좀 더 가까운 부산은 학부모 중심으로 동문들이 와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는 재미 만점이었다. 인천 대건고의 사령탑은 지난해 부임한 임중용 감독이다. 인천 수비를 책임졌던 레전드다. 부산은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 시티즌에서 뛰었던 고병운 감독이 올 초 15세 이하(U-15) 팀에서 올라왔다.
스타일은 성인팀과는 많이 달랐다. 보통 유스팀은 성인팀을 닮게 마련인데 양팀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 공격적이었다. 인천과 부산의 성인팀은 프로에서 맞대결하면 수비적, 실리적 경기 운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인천 대건고는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16강을 경험하고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대표팀으로 월반한 측면 공격수 김진야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부산 개성고는 이번 대회 4경기 3골을 넣은 공격수 성호영을 앞세웠다.
전반 38분 부산이 멋진 선제골을 넣었다. 천지현이 왼쪽 측면에서 가로지르기를 했고 황준호가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앞으로 떨어트렸다. 이를 안성기가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인천 골망을 흔들었다. 기막힌 골이었다.
반격에 나선 인천은 후반 18분 김진야의 프리킥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었지만 21분 김보섭이 통렬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자연스럽게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성인팀과 비슷한 끈질인 기질이 그대로 묻어 나왔고 연장 전, 후반도 골 없이 끝났다. 골을 넣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선수들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과정에서 부산 권준희는 후반 추가시간 김진야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했고 퇴장 당했다.
승부차기 결과는 4-3, 부산 개성고의 승리였다. 개성고는 챔피언십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얻었다. 인천 네 번째 키커로 나선 이준석의 슛을 골키퍼 김정호가 막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섯 번째 키커 박형준의 슛까지 막아낸 부산은 정상에 올랐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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