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보' 장혜진(29, LH)은 지난 4월 대한양궁협회가 발표한 2016 리우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턱걸이로 대표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펑펑 울었다.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해 그렇게도 바랐던 국가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장혜진은 2012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최현주(창원시청)에 밀려 4위로 탈락하며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눈물이 많은 장혜진은 대표 탈락 이후 절치부심하며 리우 올림픽을 기다렸고 1, 2차 평가전 총점에서 11점을 얻어 기보배(28, 광주광역시청)와 최미선(20, 광주여대)에 이어 3위로 최종엔트리에 올랐다. 4위 강채영(10점)과는 1점 차이였다.
세계랭킹에서도 1위 최미선, 2위 기보배, 4위 강채영, 7위 장혜진 순이었다. 맏언니가 가장 순위가 낮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 4년의 눈물을 기억했던 장혜진은 "내 눈물에는 기쁨과 슬픔이 반반 섞인 것 같다"라며 리우에서 무엇이든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책임의식도 있었다. 장혜진에게는 3명의 여동생이 있다. 1살 아래 동생도 양궁을 하다가 고교 시절 그만두고 다른 길을 걸어갔다. 동생이 이루지 못했던 국가대표와 올림픽 메달 소원을 풀어주고 싶었다.
올림픽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 장혜진은 런던 대회 2관왕 기보배에게 의지하면서 자신의 노련함을 믿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경험과 각종 국제대회 경험을 토대로 "재대로 해보겠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의 별명인 '짱콩'(키가 작은 땅콩 중 짱이 되라는 의미)에 걸맞게 노력해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한국대표팀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도 좋았다. 5월 콜롬비아 메데인, 6월 터키 안탈리아 양궁 월드컵 2, 3차 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똘똘 뭉쳤다. 장혜진은 동생들을 다독이며 "한국 양궁은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외부 시선의 부담감을 줄여주려 애썼다.
연습벌레였던 장혜진은 일찍 훈련장에 나와 한 발이라도 더 쏘며 감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절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장혜진이기에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기 전까지 쏜 4천여발의 화살을 지렛대 삼아 영광의 시간을 기다렸다.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장혜진은 개인전에서는 기보배와 결승 길목에서 만나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전 기보배와의 4강전은 5세트까지 가는 명승부였다. 장혜진은 1세트에서 3점을 쏘는 실수를 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보여줬고 세트 점수 7-3(19-25 27-24 27-24 26-26 28-26)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독일의 리사 운루를 세트 점수 6-2(27-26 26-28 27-26 29-27)로 누르고 땀과 눈물의 결실인 값진 금메달을 획득했다.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던 장혜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잃어버린 4년의 시간을 두 개의 금메달로 완벽하게 보상 받은 장혜진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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