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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女핸드볼, '우생순' 위해 재출발…국제화 필요


선배들은 모두 유럽 등 해외 경험, 리우 대표팀은 전원 국내파

[이성필기자] '우생순' 여자 핸드볼이 빈손으로 2016 리우 올림픽을 끝냈다. 언니들의 눈물을 자양분 삼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1승 1무 3패(승점 3점)로 B조 5위를 기록하며 예선 탈락했다.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4년 전 런던올림픽까지 8회 연속 4강 진출을 해냈지만, 리우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가혹함을 안겼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브라질은 아시아 최강인 한국 여자 핸드볼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1년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8위였던 한국이 랭킹 18위 앙골라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먼 이동 거리와 시차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었다. 이번 올림픽 역시 이런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리우 올림픽은 또 한 번 '우생순'을 꿈꿨던 대표팀에게 이제 과거가 됐다. 다시 4년을 잘 준비해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서야 한다. 현재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쫓아오고 있는 일본이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권을 얻기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출전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맏언니 골키퍼 오영란(44, 인천시청)과 라이트윙 우선희(38, 삼척시청)는 리우를 끝으로 대표팀과 이별을 고한다. 레프트백 심해인(31, 삼척시청), 센터백 김온아(28, SK슈가글라이더즈), 라이트백 류은희(26, 인천시청)가 주축이 돼 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사실 대표팀을 은퇴했던 골키퍼 오영란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긴급 호출됐다. 우선희도 출산 후 5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올림픽 경험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임영철 감독이 이들 노장들을 다시 합류시킬 수밖에 없었다. 오영란은 네덜란드전에서 결정적인 7m 스로를 선방하며 백전노장의 저력을 과시했다. 우선희 역시 각도가 나오지 않는 위치에서도 슛을 시도해 골을 넣는 등 경험의 무게를 보여줬다.

둘은 마지막 경기 종료 후 눈물을 쏟았다. 후배들에게 한 경기라도 더 뛸 기회를 주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쉽지 않았다. 대표팀을 떠나야 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올림픽 성적표를 받았으니 마음이 아팠을 것이고, 실망한 후배들을 보면서 충분히 측은했을 것이다.

한국 핸드볼은 아시아가 아닌 유럽을 극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4년 동안 대표팀에 오가는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신장이 있고 힘까지 키울 수 있는 선수들의 집중 발굴이 필요하다. 유럽 선수들은 한국보다 신장이 최소 10㎝ 정도는 더 크다. 슛의 타점이 다르다. 9m 라인 밖에서도 한국의 수비를 뚫고 쉽게 득점을 올리는 이유다.

또한, 세미 프로리그를 지향하는 핸드볼코리아리그의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올 시즌의 경우 올림픽이 있었던 관계로 상반기에 일정을 몰아서 소화했다. 올림픽 이후 오는 26일 리그가 재개되는데 전반기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배정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반기로 몇 라운드만 옮겼어도 대표선수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대표팀에 들어가 전지훈련까지 다녀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후반기에 일정을 더 많이 배치했다면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체력이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4~5점 차로 앞서가다 흐름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빡빡한 리그 일정을 소화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무대를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역대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거나 4강에 들어간 때는 핸드볼 강국 유럽 등 해외에서 뛴 선수들이 꼭 끼어 있었다. 오성옥, 명복희, 김차연, 문경하(이상 오스트리아), 이상은, 최임정, 허순영, 허영숙, 홍정호(이상 덴마크), 임오경(일본) 등은 해외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고비바다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번 대표팀은 모두 국내 팀 소속이다. 선별적으로라도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선수를 전략적으로 보내는 정책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핸드볼협회 선수규정에는 5시즌 간 해당 시즌 절반 이상을 활약한 선수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선수가 해외에 가고 싶어도 원소속팀이 이적동의서를 써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적동의서 없이 이적하면 2년간 자격 정지로 몰리고 '임의탈퇴' 신분이 될 수 있다. 이를 어겨가며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선수는 거의 없다. 세계 대회에 출전하면 유럽 구단들은 한국 경기에 스카우트를 보내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러나 국내 구단들은 코리아리그, 전국체전 등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먼저라 선수의 미래를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선수층이 두껍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구단들의 항변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핸드볼계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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