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렇게 부상자가 속출하면 참 어쩔 수 없네요."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허탈하게 웃었다.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kt 위즈와 원정경기를 앞둔 그는 시즌 내내 들려오는 부상 소식에 이제는 초연한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배영섭(손목 미세골절)이 사실상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3루수 발디리스 또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시즌 중반 합류한 투수 레온도 언제 복귀할지 확실치 않다. 차우찬은 가래톳, 장원삼은 허리근육통과 왼승모근 근육통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한 선수가 돌아오면 또 다른 선수가 이탈하는 식이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데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답지 않게 올 시즌 바닥권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조금 할만 하면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다치는 데야 코칭스태프도 손쓸 도리가 없다.
설상가상 18일 수원 kt전에선 내야의 '신성'으로 떠오른 최재원이 턱골절 중상을 입었다. 7회초 타석에서 상대 투수 장시환의 강속구에 안면을 강타당해 수술대에 눕게 됐다. 일단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지만 경기감각 회복을 위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언제 복귀할지 미지수다. 류 감독은 "정규 시즌 안에 오기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야 볼 수 있겠다"는 말에 그는 "허허∼"라며 허탈한 미소만 지었다.
악재가 거듭되고 있지만 삼성은 여전히 가을야구를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날까지 포스트시즌 막차권인 5위 KIA 타이거즈에 4경기차로 따라붙었다. 잔여시즌 36경기만 남겨두고 있지만 포기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3경기차만 돼도 할만 하겠다"는 말에 그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기대하는 표정 만은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할 때 살아난 타선이 큰 힘이다. 19일까지 최근 5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이 기간 중 두 자리수 득점 3차례를 기록하는 등 평균 11.4점을 올렸다. 최형우, 이승엽 등 해줘야 할 타자들이 힘을 내면서 삼성 특유의 강력한 공격야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19일 kt전에서도 삼성 타선은 초반부터 불꽃같은 공격을 선보였다. 합계 홈런 5개를 주고 받는 '대포 공방' 끝에 13-6으로 승리하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1회초 최형우의 우전 적시타와 이승엽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은 뒤 박한이의 우월 투런포로 상쾌하게 출발했다.
2회에는 이승엽이 좌월 3점포로 자신의 한일통산 597 홈런을 장식하며 팀의 추가 5득점을 이끌었다. 선발 정인욱의 난조로 9-0으로 앞선 3회말 6실점했지만 초반 벌어놓은 점수와 구원투수들의 역투로 끝까지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후반 쐐기점을 내리 올리면서 어렵지 않게 2연승을 확정지었다.
류 감독은 "야구는 결국 선발투수가 강해야 한다. 선발이 조기 강판하면 불펜투수들을 끌어써야 하는데 그러면 후유증이 다음 몇 경기까지 이어진다"며 "선발투수는 역시 이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삼성은 어쩔 수 없이 구원투수들을 조기 투입했지만 활화산 같은 타선의 힘 덕분에 48승(59패1무) 째를 챙겼다.
거듭되는 악재에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이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조이뉴스24 수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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