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자극적인 요소 없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닥터스'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깔끔한 영상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 3박자가 맞아 가능했다. 휴먼 메디컬 드라마인데 메디컬적인 요소가 김래원-박신혜의 멜로에 많이 묻혔다는 점은 아쉬웠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지난 23일 방송된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유혜정(박신혜)는 의료과실로 할머니를 죽게 만든 진명훈(엄효섭)을 수술했고, 깨어난 진 원장은 혜정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혜정은 얽매였던 과거를 다 털어내고 지홍(김래원)과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사실 '닥터스'는 자극적인 스토리가 넘치는 드라마들을 떠올린다면 평범한 편이다. 불량학생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인생을 달리 살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진부할 수 있다. 다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들을 매순간 잘 녹여내면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암투, 배신 등 얼마든지 MSG를 첨가할 수 있었던 병원 내 권력 다툼 역시 담백하게 그려내면서 본질을 잃지 않았다. 여기에 병원 환자들로 등장한 이들을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우리의 삶을 이야기했다.
'닥터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전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그 중심에 김래원과 박신혜가 있었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어린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홍지홍과 유혜정을 연기한 두 사람은 각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고도 풍부하게 표현해냈다. 착한 역 전문 박신혜와 선 굵은 연기로 대표되는 김래원의 연기 변신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특히 두 사람의 달달한 케미는 '닥터스'가 시청률 20%를 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꿀 떨어지는 눈빛부터 장난스럽게 주고받는 대화와 행동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들은 많은 '닥터스 폐인'을 만들어냈다.
윤균상은 묵묵하게 한 여자를 자기만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정윤도를 매력 있게 만들었고, 이성경은 부모님의 큰 기대 속에서 생긴 경쟁의식으로 친구까지 버려야 했던 복잡한 내면의 진서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주연 배우들이 빛날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에피소드를 책임진 특별 출연 배우들의 활약과 탄탄한 조연 배우들이 있어서다.
방송 초반 혜정의 할머니 강말순을 연기한 김영애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놨고, 최강수를 연기한 김민석은 방송 후반부 오열 삭발 연기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혜정의 친구 천순희 역의 문지인은 생기발랄함으로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좀 더 심도 있는 병원의 이야기를 그려내지 못하고 김래원과 박신혜의 로맨스에 치중한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긴박한 수술 장면이 나오거나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긴 했지만 흥미도 긴장감도 떨어졌다.
시청률에서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파죽지세로 시청률이 상승하며 6회 방송분이 19.7%를 기록할 때만 해도 20% 돌파는 쉬워보였다. 하지만 이후 계속해서 주춤하다 올림픽 중계로 인해 타사 드라마가 결방될 때야 비로소 2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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