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콜드 느와르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권혜림기자] 영화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우리 역사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느와르 영화를 준비하며 느낀 고민을 알렸다.

25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 그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언론 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공유, 엄태구, 한지민, 신성록이 참석했다.

영화는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작품들을 선보여 온 김지운 감독은 "콜드 느와르를 장르로 규정하고 한국의 스파이 영화를 만들겠다 생각했다"며 "서구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걸작들이 많지 않나. 스파이들의 냉혹한 세계를 그려보려 했고, 차갑게 만들려 했다"고 답했다.

이어 "만들다보니까 영화가 자꾸 뜨거워지더라. 영화도 인물도 뜨거워졌다"며 "그래서 콜드 느와르라는 명칭을 붙이려 했지만 혼란이 왔다"고 고백한 김 감독은 "착각이라기보다 놓쳤던 것이, 서구 냉전 걸작이 담았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일제강점기 배경은 전혀 상이한 성격이었더라. 냉전시대는 강대국끼리의 파워 게임의 시대였고 일제강점기는 나라를 잃고 나라를 되찾으려 하고 그런 주권의 회복, 잃었던 것을 되찾기 위한 선열들이 꽃다운 나이에 미련 없이 목숨을 던지는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의열단을 중심으로 만들어 뜨거워질 수밖에 없겠더라"며 영화가 중심으로 한 소재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또한 "차갑게 시작해 뜨겁게 끝나고 벼랑 끝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됐다"며 '밀정'의 완성본을 자평한 뒤 "이번 영화가, 제가 표방한 영화적 자의식, 스타일을 영화에 강요하지 않고 영화가 어느 방향으로, 인물이 어디로 가는지를 맹렬히 쫓았던 첫 영화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또한 "스타일과 자의식을 내려놓고 인물이, 영화가 어디로 가는지 쫓아간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며 "영화를 만들 때 중간에 그런 지점을 깨닫게 됐다. 막 태어나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한 아기의 뒷모습을 기특함과 근심어린 표정으로, 어디로 가는지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만든 영화"라고 '밀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는 오는 9월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