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맥락' 있는 차원이동으로 '설정값'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MBC 드라마 'W-두개의 세계' 작가 송재정이 드라마보다 더 흥미로운 드라마 뒷이야기를 전했다.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송재정 작가는 "두달간 작업실만 있다 나오니 어리바리하다"며 "과소평가보다 더 무서운 건 과대평가다. 지금 이순간이 가장 무섭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종석과 한효주 주연의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 박승우)는 현실 세계 여의사가 인기 절정 웹툰 '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과 인연을 맺는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
이날 송 작가는 당초 계획은 국내 최고의 실력파 화가의 이야기였다고 털어놨다. "고야의 그림을 통해 모티브를 얻었고, 순수미술을 하는 광적인 화가에서 출발하려 했지만 TV로 구현해 내기 어려울 것 같아 대중적인 만화로 생각을 옮겼다"는 것.
"극중 오성무(김의성 분)는 내가 아니다. 오성무처럼 7년 간 연재했다면 나도 오성무처럼 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정이 많은 상태로 죽였다. 오성무가 죽었을 때 나도 가슴이 많이 아팠다."
송 작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차원이동물'을 즐겨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시트콤에서 시작해 드라마로 활동영역을 바꾼 이래 2012년 '인현왕후의 남자', 2013년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 등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W' 역시 비슷한 맥락의 공간이동물로, 송 작가는 "차원이동물 3부작의 마지막"이라고 표현했다.
"시트콤을 10년 하면서 안해본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 차원이동은 평범한 사람도 극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한다. 생사에 쫓기고 추격하고 날아다니고 없어지기도 한다. '나인' 종영 이후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결국 하게됐다. 또다른 차원이동 아이디어는 있는데 너무 어두워서 방송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W'는 반쪽짜리 해피엔딩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만화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에게는 해피엔딩이지만 죽음을 맞은 만화작가 오성무에게는 새드엔딩이었고, 여주인공 오연주(한효주 분)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게 된 복잡미묘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 송 작가는 이와 관련해 "한효주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표현이 어려운 감정선을 따라가게 해서 미안하다. 순정만화 속의 세계와 피조물-창조자의 대립관계를 하나의 줄기로 엮다보니 혼란스럽고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오연주는 어떤 엔딩이어도 희생자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건 나의 실수다. 한효주에게 빚을 많이 진 기분이다."
주연을 맡아 드라마를 이끈 이종석에게 고맙다고도 했다. 이종석은 웹툰 속 만화 주인공으로 완벽하게 변신, 작가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송 작가는 "이종석이 정말 만화 캐릭터같아서 어마어마한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드라마의 '키 포인트'"라며 "뒤로 갈수록 힘들었을 텐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연기해줘서 고맙다. 극중 세번 죽고 세번 살아났으니 드라마 3편 찍은 기분이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로 데뷔한 송 작가는 이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미치거나' '거침없이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 등 시트콤 작가로 활약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커피하우스'를 시작으로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시트콤과 드라마, 닮은 듯 다른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해 본 송 작가는 "공동집필하는 시트콤이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고, 대중적인 반면 개인의 개성이 깎이는 건 단점"이라며 "공동창작을 오래 해온 덕분에 나는 드라마를 혼자 쓰면서도 혼자 질문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토론하면서 절충한다. 덕분에 대중성에 턱걸이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회를 남긴 상황에서 대본을 공개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는 내가 시작했고, 씨는 내가 뿌렸지만 'W'는 스스로 자라났다. 내가 표현한 것을 해석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다"라며 "방송에 큰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다들 관심이 많을 때 대본을 공개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실검(실시간검색어) 1위를 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한편, 'W'는 지난 7월20일 첫 방송돼 9월14일 종영했으며, 방송 내내 뜨거운 화제를 이끌며 동시간대 1위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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