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 부정 방지 강의를 위해 전국을 돌면서 느낀 게 있다. 시즌 시작을 앞둔 농구·배구 등 프로선수들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면서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20년 가까이 운동만 한 선수들은 아무래도 폭넓은 인적교류가 부족하고 돈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일반인과는 다른 편이다. 이런 점이 선수들의 인식 전환에 장벽요소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사후 처방보다 중요한 '예방'
선수들은 승부조작이 범죄라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심지어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지, 불법 도박사이트 접속 경험이 있는지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이 범죄행위인지는 막연하게나마 파악하고 있지만 (가볍게 저지를 수 있는) 자신들의 행위가 잠재적인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는 무지했다. 프로스포츠 경기는 언제든지 불법 스포츠 도박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부족했다.
최근 몇 년간 야구와 농구 등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해 세상이 시끄러웠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해당 선수의 사법처리와 향후 대책 마련 등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전 교육'이야말로 문제의 근원에 대한 장기적인 해법이다. 즉 어린 운동선수들에게 스포츠 부정행위의 해악성에 대해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입식 교육'이 가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어린 시절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 체육게에선 유소년 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꿈나무 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부정행위 방지 등 '마인드 교육'은 등한시해온 게 사실이다. 물론 학교, 교사, 코치, 부모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각 스포츠 단체에서 시스템을 만들어 전국적인 '교육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 만큼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교육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해당 종목의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을 강사로 투입해 어린 선수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필요하다면 시험도 치르고, 체육특기생 선발에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소년 교육 네트워크' 필요하다
최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강원도 속초에서 프로를 꿈꾸는 중·고교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부정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직접 만나본 선수들은 무척 해맑았다. 부정행위에 대한 관념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듯했지만 이런 자리가 거듭될수록 성인이 돼서 인식 전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금 40∼50대 이상 중년층은 초등학교 시절 반공교육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유소년 시절 중요하게 배우는 교육은 평생 간다. 학창시절 '컨닝' 같은 사소한 부정행위는 한 번 혼나는 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지만 프로 선수가 된 뒤에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승부조작에 조금이라도 연루가 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길이 없다. 승부조작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소하게 여기기 쉬운 실수가 어떻게 개인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 수없이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체육계의 '유소년 교육'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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