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반신반의 하지만 한 방은 있겠죠."
광주FC 남기일 감독은 올 시즌을 운영하는데 있어 공격수 정조국(32)만 생각하면 고마움이 앞선다. 정조국이 FC서울이라는 빅클럽에서 가난한 시민구단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조차 못했는데 광주 유니폼을 입고 헌신하며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스플릿 그룹B(7~12위) 34라운드 수원FC전에 정조국은 선발로 출전했다. 지난 9월 팀 훈련 중 오른쪽 발목 염좌 부상을 당한 이후 재활에 집중한 뒤 첫 복귀전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정조국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을 했고 열심히 훈련도 하는 중이다. (몸 상태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있지만 한 방은 있다. 골을 넣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조국은 광주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와 같다. 훈련 방법부터 생활까지 모든 부문에서 팀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 감독은 "공격은 정조국, 수비는 이종민이 있다. 베테랑들이 잘 해주니 좋다. 정조국이 여려 명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15일 FC서울의 아드리아노가 시즌 14호골을 넣으며 득점 1위 정조국(16골)을 두 골차로 추격했다. 남 감독은 "아마 아드리아노의 득점에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감독의 예언은 맞았다. 정조국은 전반 4분 아드리안 레이어와 볼 경합 과정에서 영리하게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자리를 먼저 잡은 정조국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키커로 나선 정조국은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선제골을 넣어 경기 운영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날카로움은 세트피스에서도 발휘됐다. 16분 아크 왼쪽 뒤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강하게 킥을 했고 크로스바에 맞고 나왔다. 예리했다.
후반 19분에는 2-0을 만드는 추가골까지 넣었다. 송승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패스를 한 것을 수비를 등지고 잡았다. 슈팅하기에 무리가 있었고 정조국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으로 돌아 나간 뒤 왼발로 낮게 터닝 슈팅을 했다. 볼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방을 휘젓는 정조국은 센스가 넘쳤다. 이후에도 오른쪽 바깥 그물을 흔드는 슛을 때리는 등 재치 넘치는 공격을 선보였다. 동료를 활용하는 이타적인 패스도 돋보였다. 후반 36분까지 뛴 정조국은 광주 원정 팬들의 박수를 받고 벤치로 나왔다. 광주는 2-1로 승리를 거뒀다.
마침 경기장에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찾았다. 정조국의 재치 넘치는 움직임과 슈팅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했다. 이날 두 골로 정조국은 시즌 18골을 기록, 득점 1위를 굳혔다. 아드리아노와는 네 골 차로 벌리며 자신이 시즌 전 농담처럼 말했던 20골 목표에도 근접했다. 광주가 클래식 잔류에 성공한다면 5할은 정조국의 몫이라도 봐도 충분하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