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올 시즌 마지막 '가을야구' 경기를 치르자마자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넥센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졌다.
이로써 넥센은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가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할 말이 좀 많다"면서 "시리즈 실패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는 "사령탑을 맡은 뒤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지금부터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넥센과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다. 임기가 한 시즌 더 남은 가운데 스스로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염 감독은 지난 2011년 코치로 넥센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시진 전 감독(현 KBO 경기위원)을 보좌해 주루 및 작전코치를 맡았다. 그리고 2012시즌 종료 후 김 전 감독에 이어 넥센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감독 부임 첫 시즌부터 넥센을 팀 창단 후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한국시리즈에 올라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염 감독의 지도 스타일과 넥센의 선전은 KBO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시즌 구단 고위층과 염 감독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선수 영입과 선수단 구성 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서 서로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구단 안팎에서 조금씩 흘러나왔다.
넥센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밀려 탈락한 뒤에는 염 감독이 팀을 떠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염 감독과 구단은 '근거없는 이야기와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번 염 감독의 갑작스런 자진 사퇴로 보면 결국 올 것이 온 느낌이다.
올 시즌 후반에는 염 감독이 특정팀 차기 사령탑에 이미 내정됐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염 감독은 이런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원정경기에서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한 소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당시 "근거 없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흔든다면 내가 먼저 떠날 수밖에 없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해부터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구단 측과 어느 정도 의견 차이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조금씩 쌓인 감정의 골은 커진 듯하다. 시즌 후반 불거진 타 구단 이적설은 리더십에 상처가 됐다.
염 감독은 올 시즌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것에 만족하면 안된다"며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구단 모두가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 전력이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보기 좋게 깨뜨리고 정규리그에서 3위라는 좋은 성적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실패를 책임지고 팀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나 때문에 구단과 선수단에 잡음이 일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조용히 떠나고 싶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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