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놨다. 그에게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넥센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 앉은 마지막 경기가 됐다.
넥센은 이날 LG에게 4-5로 패하면서 1승3패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전부터 3루쪽 넥센 덕아웃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1승 2패로 시리즈 전적이 밀린 탓도 있겠지만 염 감독은 마음속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자리(감독)가 참 그렇다"면서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만 성적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을 이해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한순간에 상황이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처럼 KBO리그는 최근 계약기간이 만료된 사령탑이 새 얼굴로 바뀌는 일이 많았다. 김용희 전 SK 와이번스 감독,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그랬다. 세 감독 모두 올 시즌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염 감독이 사퇴를 한 표면적인 배경은 그동안 '가을야구'에서 거둔 성적 탓이 크다. 그가 팀 지휘봉을 잡은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넥센은 포스트시즌에 단골손님이 됐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기도 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2연속 준플레이오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염 감독도 지난 201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결과를 잊지 못한다. 당시 넥센은 대구 원정경기로 치러진 삼성과 1차전을 먼저 이기는 등 선전했으나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염 감독은 당시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후에도 "정말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마지막에 이를 놓친 셈이 됐다"고 종종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가을야구' 성적과 별개로 올 시즌 도중 불거진 다른 구단으로의 자리 이동 소문은 결과적으로 염 감독과 넥센 선수단에게 악재가 됐다. 넥센 구단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오는 상황 자체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염 감독은 시즌 막바지 이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소문은 다 퍼진 상황이었고 염 감독과 구단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기가 어려워졌다.
염 감독은 당장 현장을 떠나 '야인'이 됐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지만 은퇴 후 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현대 구단 프런트로 입사한 뒤 LG, 넥센 구단을 거치며 운영팀, 코치까지 여러 보직을 두루 경험한 뒤 사령탑까지 올랐다. 이제는 감독 자리에서 일단 내려왔다.
현장 복귀 가능성은 충분하다. 염 감독이 넥센에서 거둔 성과와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치밀한 지도 스타일도 인정을 받고 있다.
염 감독은 "당장 다른 곳으로 가기보다는 1~2년 정도 야구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넥센에서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과 함께 있는 동안 내가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다시 현장에 돌아온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에 재도전하고 꼭 이를 이루고 싶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염 감독 이적 소문의 중심이 됐던 SK 구단 측은 "새로운 감독 후보를 두루 살피고 있다"며 "하지만 그 후보군에 염 감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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