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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그래서 아이돌 왕국은 행복한가요


바쁜 오늘-불안한 미래…아이돌이 울고 있다

[이미영기자]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를 때 행복하고, 팬들 응원에 행복해요. 그런데 어떤 날은 '내가 진짜 행복한가'라는 생각을 해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한 아이돌의 고백이다.

무대 위 아이돌은 화려하다. 예쁜 옷을 입고 활짝 웃는다. 멋진 춤에 소녀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진다. 뉴스는 그들의 성과를 조명하느라 바쁘다. K팝의 눈부신 성장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그룹들이 많다. 꿈을 이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보이는 아이돌, 요즘엔 10대들의 희망 직업 1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016년을 살고 있는 아이돌은 정말 행복하기만 할까. 스포라이트를 더 많이 받으면 더 행복하거나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까. 아이돌의 '행복지수'가 궁금했다.

◆아이돌의 고비 7년, 미래의 '롤모델'이 없다

2016년 많은 아이돌이 '마의 7년' 앞에서 흔들리고 무너졌다. 'K팝 부흥기'를 이끌었던 수많은 그룹들이 팀의 해체를 택하거나 팀을 떠나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

카라는 한승연과 구하라, 박규리 등 멤버 3인이 다른 소속사로 뿔뿔이 흩어졌고, 포미닛도 현아를 제외하고는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미쓰에이는 지난 6월 전속 계약이 종료돼 중국인 멤버 지아가 팀을 떠났고, 2NE1은 공민지, 시크릿은 한선화가 현 소속사를 떠나면서 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비스트는 장현승이 팀을 탈퇴했고, 재계약이 만료 되면서 '독립' 등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7년 계약서가 아이돌의 '시한부' 수명이 된 셈이다. 물론 신화 같은 최장수 팀도 있고, 슈퍼주니어, 빅뱅, 샤이니, 소녀시대, 원더걸스처럼 여전히 활동을 하며 팬덤을 유지하는 팀들도 있다. 그러나 '롱런'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계약만료'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멤버 이탈로 팀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팀도 있고, 해체를 공식화 하지 않았지만 활동이 사실상 끊긴 팀도 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팀은 셀 수 없이 많다.

미래의 '롤모델'에 대한 부재는 아이돌의 불안을 가중화한다. 지금의 가요기획사 중 상당수가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질적' 성장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부실하다는 것. 이에 소속사와 아이돌, 또 멤버 간의 이해 관계가 상충하면서 아이돌 해체는 가속화 된다. 선배 그룹들을 보는 후배 가수들도 자연히 불안한 '미래'에 스트레스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생활부터 건강 관리까지, 아이돌이 아프다

'체력, 부상, 수면 부족, 다이어트, 성적에 대한 압박감, 사생활, 멤버들과의 관계…'

아이돌은 왜 힘들까.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들에 물었다.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아이돌은 무대 아래서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돌의 스케줄 표는 빡빡하다. 3, 4분 되는 무대를 소화하기 위해 새벽 3, 4시부터 일어난다. 미용실과 음악방송 리허설, 본방송까지 하면 9시가 훌쩍 넘는다. 끝나고도 라디오 녹음 등 스케줄이 계속 될 때도 있고, 연습실로 돌아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수면 시간은 두 세시간. 이같은 나날들이 반복된다. 공백기라고 다르지 않다. 행사와 다음 활동을 위한 준비, 연기와 외국어 과외 등으로 쉴 틈이 없다.

이뿐인가.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혹독한 자기 관리를 필수로 한다. 특히 걸그룹 멤버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혹독한 다이어트가 내내 이어진다. 실제로 수많은 걸그룹이 인터뷰에서 가장 큰 고충으로 다이어트를 꼽는다. '평균 체중 이하'를 강요 받고, 더 마른 아이돌과 비교 당한다. '숙소에서 매니저 몰래 먹다 들킨 사연'을 에피소드로 털어놓는 어린 소녀들의 상황이 '웃프다' 못해 애처롭다. 물론 보이그룹 멤버들 역시 체중이나 몸 관리, 비주얼 관리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다.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아이돌이 느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무리한 활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실신, 거식증 등 병원 신세를 진 이유도 다양하다. 올해는 유독 아픈 아이돌도,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아이돌이 많아 안타까움을 샀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마음의 병'을 가진 아이돌도 많다. 아이돌은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이다. 아이돌로 데뷔하는 그 순간부터 대중의 평가를 받고, 경쟁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긴다. 연예인으로서 받는 과도한 관심 혹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악플에도 큰 고통을 토로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은 태생적 한계상 늘상 미래에 대한 불안을 품고 산다. 연습생 때는 데뷔에 대한 걱정을 하고, 데뷔 후에는 성장에 대한 조급함에 쫓긴다. 정상의 그룹은 수많은 후발주자들에 쫓기고, 전성기를 지난 팀은 내리막길을 걱정한다"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황 장애와 같은 심리적 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아이돌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각종 제약들도 이들을 옭아맨다. 아이돌에게 사생활은 사치다. 데뷔 초에는 휴대폰도, SNS도 '금지' 당한다. 이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숙소 생활을 하는 아이돌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연애 금지' 등 사생활 관리에 불만을 느끼는 아이돌도 있고, 이 때문에 소속사와 충돌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2016년 아이돌은 '성공'을 담보로, 참 많은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아이돌은 다 부자가 되나요"…화려함 뒤에 숨겨진 이면

#최근까지도 활동을 하다 소속사와 문쟁에 휩싸인 보이그룹의 멤버 A군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택배 상하차, 이삿짐 나르기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꿈을 위해 청춘을 바쳤지만 남은 건 불투명한 미래다.

#히트곡이 터지며 2백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는 걸그룹의 멤버들은 각 1억원을 정산 받았다. 몇 달을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행사를 뛰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멤버들은 회사의 불투명한 수익 체계에 불만이 많다.

'걸그룹 멤버 A는 청담동에 수십억짜리 빌딩을 샀다', '인기 아이돌 멤버 B는 부모님 집과 차를 사줬다' 심심치 않게 듣는 이야기들이다. 대중들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아이돌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잘 버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아이돌이 경제적 문제로 힘겨워한다.

소속사와의 정산 문제는 그 중 하나다. 아이돌 가수는 연습생 생활을 거쳐 1집 데뷔를 할 때까지 1인당 약 2억~3억원의 비용을 쓴다. 한 팀이 데뷔할 때까지 적게는 10억에서 2,30억 그 이상이 든다. 앨범 제작 비용 및 각종 레슨 비용 등 데뷔 비용이 아이돌 가수들에 그대로 전가가 된다. 회사마다 계약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투자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정산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정산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산까지는 평균 2,3년 이상이 걸린다. 대박이 날 경우 일찌감치 투자비용을 회수해 정산을 받기도 하고, 손익분기점이 지난 3, 4년차에 첫 정산을 받는 경우도 있다. 첫 정산 이후 팀의 활약상에 따라 금액은 달라진다. 소속사의 투자가 한계에 이르러 폭삭 망하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제작사도 부지기수다. 그럴 경우 무일푼으로 종종 연예계를 떠나는 아이돌도 있다.

아이돌 수익의 양극화 속 경제적인 이유로 속앓이 하는 멤버들이 꽤 많다. 정산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고, 소속사와 정산 과정에서 신뢰에 흠집이 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 연습생 신분으로 출발할 때는 배분 시스템에 대해 자세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데뷔 기회를 잡았다는 것에 치중해 자세한 논의를 하지 못한다. 시스템 자체를 이해 못하는 상태에서 활동을 하며 경제적인 불만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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