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에이스' 에릭 해커(33)의 공이 컸다. 해커는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 2경기에 등판해 LG 트윈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지난 21일 열린 1차전. 해커는 7이닝 동안 솔로 홈런 2방을 맞으며 2점을 내줬다. 9회초까지 NC가 0-2로 뒤지며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다행히 NC 타선은 9회말 집중력을 발휘하며 3-2 역전 끝내기 승리를 만들어냈다.
1차전 종료 후 김경문 감독은 "해커가 잘 던져줬기 때문에 역전도 가능했다"고 해커의 호투를 칭찬했다. 경기 전부터 해커가 LG의 기세를 잠재워야 이번 시리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김경문 감독이다.
25일 4차전의 선발도 해커였다. 해커는 3일밖에 쉬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려스러웠지만 해커는 보란 듯이 7이닝 1실점 호투로 LG 타선을 다시 한 번 틀어막았다. NC는 8-3으로 LG를 완파, 3승1패의 전적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4차전 종료 후 공식 인터뷰실에는 박석민이 들어왔다. 박석민은 2차전 결승 투런포, 4차전 결승 솔로포를 때려낸 활약으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인터뷰를 시작한 그의 첫 마디는 "해커가 MVP를 받았어야 하는데"였다.
해커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14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해커가 등판한 2경기에서 NC는 모두 승리를 거뒀다. 박석민의 말대로 해커가 MVP를 받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해커가 없었다면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해커는 4차전 데일리 MVP를 받는데 만족해야 했지만, 그에게는 이번 한국시리즈 진출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NC가 1군에서 성장한 4년을 함께 해왔기 때문. 외국인 선수로서 신생팀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고, 스스로 적잖은 힘도 보탰던 것이 바로 해커다.
사실 해커가 4년 동안 NC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NC 입단 첫 해였던 2013년,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뛴 해커는 4승11패의 성적에 그쳤다. 승수만 놓고 보면 퇴출 1순위. 그러나 해커는 178.1이닝을 소화하며 3.63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남겼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김경문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이듬해 재계약에 성공한 해커는 8승8패 평균자책점 4.01의 성적을 거두며 2015년에도 NC와 함께하게 됐다. 2015년은 해커가 에릭에서 해커로 등록명을 바꾸며 팀의 에이스로 올라선 해. 19승5패 평균자책점 3.13의 성적으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 역시 한 차례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13승3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NC의 정규시즌 2위를 이끌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활약하며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을 수 있게 됐다.
NC의 가을야구 역사에도 해커는 중심에 서 있다. NC의 첫 포스트시즌이었던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며 팀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2015년 역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2패(ERA 6.75)만을 당하며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3번째로 맞이하는 가을야구에서 해커는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부진으로 탈락을 경험했던 지난 2년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이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서는 지난해 아픔을 안겼던 두산 타선을 상대하게 된다. NC와 함께 성장해온 해커가 최고의 무대에서 설욕의 준비를 마쳤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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