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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육성이 곧 성적이다②넥센 히어로즈 '기회와 관리'


올 시즌 하위권 예상 깨고 정규리그 3위, 4시즌 연속 가을야구 동력은?

[류한준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라는 기분좋은 수식어를 얻었다. 최근 수 년간 퓨처스(2군)리그에서 1군으로 올라온 선수들이 기대 이상 활약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서다.

유망주를 비롯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다른 구단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스카우트의 능력 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퓨처스팀을 바라보고 꾸준히 투자, 육성한 결과다. 그런데 지난 2013시즌부터 KBO리그에는 두산 외에 또 다른 팀이 화수분 야구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주인공은 넥센 히어로즈다.

◆'제2의 서건창' 프로젝트는 진행형

넥센의 유망주 성장 프로젝트는 2012시즌부터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신호탄이 된 이가 올시즌 팀 주장을 맡은 서건창(내야수)이다.

서건창은 지난 2008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1군에서 1경기 출전에 그친 뒤 방출됐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그는 테스트를 통한 육성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고 다시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서건창을 눈여겨본 사람은 드물었지만 2012시즌 당시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시진 감독(현 KBO 경기위원)과 박흥식 코치(현 KIA 타이거즈 타격코치)는 그를 주목했다.

기회도 찾아왔다. 2012시즌 넥센 주전 2루수는 김민성으로 낙점됐다. 그런데 개막을 코앞에 두고 치른 연습경기에서 김민성이 부상을 당했다. 서건창은 김민성을 대신해 출전 기회를 얻었고 기다렸다는 듯 주전으로 도약했다. 그는 127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6푼6리 1홈런 40타점 39도루를 기록했다.

서건창은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이후 기량을 더욱 꽃피우며 리그 정상급 타자이자 내야수로 성장한 서건창은 2014시즌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개인 첫 200안타 고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 MVP의 영광도 누렸다. 서건창의 이런 성공사례는 넥센의 유망주 육성에 촉매제가 됐다.

◆키워드는 육성과 기회

넥센은 김시진 감독에 이어 염경엽 감독이 팀 지휘봉을 잡은 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가을야구에 나서기 전까지의 팀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반대급부로 젊고 유망주로 평가받는 자원이 팀에 많이 들어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넥센은 바로 이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다. 서건창에 이어 김하성이 또 하나의 육성 성공사례로 꼽힌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주전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주전 자리를 꿰찬 것은 물론이고 올 시즌에는 강정호에 뒤이어 유격수로서 '20-20클럽(20홈런 20도루 이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넥센에서 서건창, 김하성 계보를 이을 자원은 넘쳐난다. 임병욱, 박정음(이상 외야수) 김웅빈(내야수) 주효상(포수) 등이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대기하고 있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사퇴를 선언, 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염경엽 감독은 평소 "두산이 강한 부분 중 하나는 퓨처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1군 연착륙"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 이유로 "퓨처스에서 올라온 선수들 대부분이 앞서 1군 경험이 어느 정도 되더라"며 "이런 식으로 출전 시간을 조정하고 해당 선수에 대한 관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두산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두산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넥센의 '시즌2', 꼼꼼한 관리가 과제

넥센은 김하성의 경우 1군에 자리잡기 전 퓨처스리그에서만 뛰게 하지 않았다. 이른바 넥센식 맞춤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1군 엔트리에 빠져 있어도 퓨처스 경기 일정이 없을 경우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도록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김하성은 이런 과정을 거쳐 강정호가 떠난 바로 그 해부터 주전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과정만을 놓고 보면 주효상도 그렇고 임병욱, 김웅빈도 마찬가지다.

야수 쪽만 그런 건 아니다. 부상에 따른 수술로 올 시즌 마운드 전력에서 빠졌지만 201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필승조'로 나섰던 조상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인시절이던 2013년, 염 감독이 언급했던 '관리'를 받았다.

이장석 구단 사장이 아마추어 유망주를 꼼꼼하게 살피는 부분도 지금까지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장 스카우트와 이견이 생길 여지는 있지만 구단 수장이 직접 유망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경을 쓰는 부분은 넥센 화수분 야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넥센은 이제 새 사령탑을 맞았다. 그런데 27일 선임 발표가 된 새 감독이 뜻밖의 인물이었다. 구단 프런트로 일하던 장정석 운영팀장이 감독을 맡은 것이다. 장정석 신임 감독은 선수 은퇴 후 프런트에서만 일해 코치 등 현장 지도 경험이 없다. 장 신임 감독이 어떤 색깔로 넥센을 꾸려갈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구단의 기존 스타일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유망주 육성과 관리라는 기본 바탕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투타 주력 선수가 많이 빠져나가 팀 전력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보란 듯이 예상을 깨고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가을야구'에서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게 밀리며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했지만 정규시즌 3위 성적을 거둔 데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분명 밑바탕이 됐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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