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스포츠·연예 인터넷 미디어 조이뉴스24는 11월 1일 창간 '12'주년을 맞이합니다. 조이뉴스24는 한국 프로축구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밝은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K리그를 진단해보기로 했습니다. 클래식은 '12'개 구단 체제가 4년째이고 11개 구단인 챌린지(2부리그)는 내년이면 안산시민구단 창단으로 역시 '12'개 구단 체제에 접어들게 됩니다. 프로라는 호칭에 걸맞게 리그가 발전하고 있는지, 확장 및 개선 가능성은 없는지 가벼우면서도 의미있게 따져보겠습니다.
①에서 계속…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1983년 출범 후 제대로 된 리그를 갖춰가는 과정에서 한 해를 무사히 넘긴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사건 사고가 많아 매년 힘겹게 보냈다. 그나마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기업, 시민구단이 잇따라 창단하며 외연의 확장이라는 열매를 하나씩 맺어왔다.
하지만, 2011년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신뢰성의 위기는 계속됐다. 구성원들의 자정 노력에 제도 개선 의지까지 보였지만 지난해 경남FC의 심판 금품 로비 파문으로 파생된 문제들이 굴비 엮인 듯 흘러나왔다.
전북 현대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고속 성장의 이면에 숨어 있던 문제가 폭발하면서 K리그 선도 구단으로 자리 잡은 전북의 위상에 큰 상처가 됐다. 전북 구단은 사과문을 발표했고 최강희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나서 책임 질 일은 책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계적인 승점 9점 삭감에 1억원 벌금 징계로는 부족하다며 항의하는 축구팬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잘못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위험한 뇌관은 아직 존재한다. 전직 심판위원장의 금품 로비 사건에 대한 징계가 아직 단행되지 않았다. A심판위원장은 재임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내사를 벌이는 와중에도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사실로 밝혀졌다. A심판위원장의 라인인 B심판이 자금 공급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심판은 금품 로비 파문에도 엮여 있다.
K리그가 절망감을 안긴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승부조작 파문 당시 취재를 통해 친분이 있었던 C선수는 검찰 출두 전날 만남에서 "정말 답답하다. 그저 선배들이 시켜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었을 뿐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에서 승부조작을 이끈 중심인물로 드러났다. 출두 두 시간 만에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겨다줬다.
비위 사건 외에도 제도 미비나 준비성 부족으로 탄식을 자아내는 일도 있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감독의 지도자 자격 취득 미비로 코치와 보직을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공부를 통해 D→C→B→A→P(Professional)급으로 승급하려면 상위 등급 당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바로 지도자에 입문해 선수단을 지휘하는 타 종목과 비교하면 축구 지도자가 되는 길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계 시각에서는 분명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구성원들이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어떻게든 흥행을 위해 합리적인 제도를 고민하고 모기업이나 자치단체의 재정 악화에도 합리적 구단을 운영하려는 다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다.
SBS(서울방송) 박문성 해설위원은 "K리그가 위기라는 표현이 이제는 너무 진부하다고 할 정도로 문제의식이 없다. 팬들이야 욕을 하면서 애정을 갖고 보겠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K리그를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수술할 의지를 갖지 않는 이상 껍데기를 손질한다고 개선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성적 지상주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K리그 시장에 거액의 자금이 돌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벌었다고 하는 주체는 없다. 당시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구단의 재정 악화가 뻔히 보이는데도 강등을 피하고자 승리수당을 평소의 두 배로 책정하는 구단들의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승강제 도입 후에는 돈을 써서 클래식에 살아남는다면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들이 만연했다. 구단 대표가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사태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언제든지 반복 가능하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지난 2009년 각 구단의 위기 극복을 위해 승리수당 폐지를 결의했다. 운영비에서 최대 80% 가까이 되는 선수단 임금을 줄이고 마케팅비 등 더 돈이 필요한 곳으로 돌려보자는 일종의 합의였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승리수당은 조용히 살아났다. 승리수당은 물론 골, 출전 수당 등 세분화해 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도민 구단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재정 바닥으로 임금을 체납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이 역시 지원이 부족하다며 지자체 탓으로만 돌릴 뿐이다. 일본, 중국, 태국 등 뛸 곳이 많아진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수당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A기업구단 단장급 인사는 "과거에는 선수들에게 연봉 줄여서 남아 달라고 하면 다른 곳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면 결국 돈으로 붙잡았다. 지금은 어떤가. 구단은 돈을 더 줄이면서 선수들은 도태되고 구단은 없는 살림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서로 모순이 생겨버렸다. 이런 현상은 결국 리그의 질을 떨어트리고 멀리는 국가대표에도 영향을 끼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시도민구단에서 일했던 전직 임원급 인사는 "승강제가 도입됐으면 누구나 강등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등을 통해 구단 시스템에 변화를 주면서 독립,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 리그만 봐도 강등 후 다시 승격해 좋은 결과를 내는 구단들이 많지 않은가. 우리의 경우 다르다. 지자체에서 구단 운영비가 어떻게든 나오니 성적에만 목을 맨다. 빨리 클래식에 올라가자는 속도전만 있지, 어떻게 돈을 벌까 하는 의문은 없다"라고 아쉬운 점을 전했다.
기업구단도 다를 바 없다. 글로벌 기업이 모기업인 구단들은 K리그를 통한 홍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수원 삼성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현실적인 난관들이 확인되고 있다. 다른 기업 구단들도 스포츠단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이 일반 기업 운영을 하듯이 자금을 집행하다가 탈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인 이상 결국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팬층이 약한 것이 최대 약점이다. 구단이 자체 상품을 만들고 싶어도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서랍 속에서 잠들어버린다. 용품 스폰서도 만들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구단 직원들은 슈퍼맨에 가깝다. B구단의 한 직원은 선수단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원정 경기에서는 홍보 업무까지 한다. 전혀 다른 업무를 혼자 다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잡무가 많으니 구단 입사 전 비전을 갖고 공부를 통해 실현하고 싶어하던 아이디어는 피로 누적에 밀려 수첩에서 나오지 못한다. 상업적 자세를 갖추지 못한 상사를 대해야 하고 의전도 해야 한다. 팬 관리도 기다린다. 팬들도 인식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K리그는 마니아만 사랑하는 리그가 될 수 있다. 최근 자주 터지는 팬들의 구단 버스 가로막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팀이라면 자비를 들여 원정 응원을 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부 팬들은 구단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구단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이동하는 팬들이 많지 않다. 팬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점이 있느 것이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군팀이 함께 뛰고 있는 구조가 정상적인가. 승강제 구축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성격이 강하다. 군팀은 시즌 끝에 선수들의 전역으로 경기력이 떨어져 태업 논란을 겪으며 승점을 헌납하는데 이런 리그에 누가 관심이 있겠는가. 시도민구단도 자생력 있는 구단들만 살아남게 해서 리그다운 리그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라고 리그의 체질 강화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구단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해법은 없을까. 뻔한 문제 인식이지만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③에 계속…>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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