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5위를 차지하며 2011년 이후 5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 김기태(47) 감독의 사령탑 부임 2년차 시즌에 이뤄낸 성과였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김기태 KIA 감독을 인터뷰했다. 김기태 감독은 조이뉴스24 창간 7주년이던 2011년에도 LG 트윈스의 신임 감독으로 특별 인터뷰에 응해 1군 감독으로 치르는 첫 시즌을 앞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흘렀고, 8개 구단 감독 중 막내였던 김기태 감독에게는 벌써 후배 감독이 3명이나 생겼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그들.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도 KBO리그 경력만 따지면 김기태 감독의 밑이다.
김 감독은 "벌써 중간급으로 가면 안되는데"라며 웃음을 지은 뒤 "세월이 참 빠르다. (감독 가운데) 막내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라고 말했다. 처음 1군 감독으로 데뷔했을 때와 비교해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난 모습. 그러나 그만큼 경험도 쌓였고, 지도자로서 뚜렷한 성과도 남겼다.
①편에 이어
◆베테랑이 행복한 팀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들을 예우하는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과거 LG 감독 시절에도 그랬고, KIA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후에도 변함이 없다.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해온 베테랑들의 경험 자체를 존중하는 편이다.
올 시즌 KIA는 이범호와 김주찬이 타선을 이끌었고, 최영필과 김광수가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탰다. 최영필은 현역 최고령 투수이고, 나머지 3명은 3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다. 이들 모두 김 감독의 믿음 속에 팀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냈다.
김 감독은 "이범호와 김주찬은 대단했다"며 "이범호는 캡틴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 노력도 많이 하고, 야구에 대한 욕심도 많은 선수다. 김주찬도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고 타선의 두 베테랑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경기에 많이 못 내보내 최영필과 김광수에게 미안했다"며 "(최영필과 김광수가) 시즌 중반까지 얼마나 잘 해줬나. 그래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는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김 감독 체제 아래 서재응과 최희섭이 은퇴를 했다. 베테랑들의 은퇴 과정에서 흔히 들려오는 잡음은 없었다. 오히려 '이상적인 은퇴'라는 평가가 많았다. 평소 김 감독과 베테랑들의 소통이 잘 됐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스스로 떠나야 할 때를 선택해 유니폼을 벗었고, 감독은 그런 선수들의 새로운 인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격려했다.
김 감독은 "워낙에 큰 친구들 아닌가"라며 서재응, 최희섭을 치켜세운 뒤 "베테랑들에게는 어떤 고충이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 나이 때 난 어땠는지 생각해보면서 대화도 많이 나눈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급격한 변화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평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권위 내려놓은 세리머니 "김기태는 김기태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도 김 감독의 특징 중 하나다. 외국인 선수들과는 눈에 띄는 세리머니를 하고, 수훈 선수에게는 직접 달려가 모자를 벗고 90도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통적인 감독상과는 거리가 있는 김 감독의 모습이다.
올 시즌 김 감독과 외국인 투수 헥터의 세리머니가 큰 주목을 받았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헥터와 지크에게 하겠냐고 물어봤더니 하겠다더라"며 "필도 한다고 했지만, 야수인 관계로 어려웠다"고 세리머니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 시즌에는 더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김 감독과 세리머니를 나누는 선수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기 때문. 김 감독은 "국내 선수들도 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내년에 할 생각"이라며 "난 선수가 원한다면 문제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아직 좀 세리머니를 어색해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감독은 어려운 존재다.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그렇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요새는 (선수들이 감독을) 안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며 "감독에게 한마디 해보랬더니 강한울은 한마디를 하더라. 아무튼, 선수들과의 간격을 좀 좁히려고 한다"고 선수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고 있었다.
성향의 차이겠지만, 권위를 중시하는 감독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때부터 지도자가 된다면 권위를 내려놓자고 생각했다. 결정을 내리는 자리가 감독이지, 권위를 내세우는 자리가 감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감독이 좀 바보같아 보이면 어떤가.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하면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지난 8월초에는 끝내기 안타를 때린 '3년차' 박찬호에게 허리숙여 인사를 했던 김 감독이다. 그 얘기를 꺼내자 김 감독은 "내가 그랬나? 의식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다면 기억이 나겠지만, 나도 모르게 한 것이라 그런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끝내기 안타를 쳐줬으니 고맙지 않나. 그래서 그걸 표시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분명한 것은 김 감독이 다른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령탑이라는 점이다. 권위를 중시하는 감독도 있다는 말에 김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은 다른 감독님들이고, 김기태는 김기태"라고 본인만의 확실한 색깔을 고수했다.
◆상대가 더 무서워하는 팀 만들어야
올 시즌 KIA는 5년만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러나 만족하지 말자는 것이 최근 김 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내년 시즌에는 더욱 강한 팀이 돼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오프시즌,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전망이다.
정규시즌 종료 후 KIA는 새로운 코칭스태프의 보직을 확정했다. 올 시즌 한화에 몸담았던 쇼다 고조 타격코치를 영입한 것이 가장 큰 특징. 김 감독은 "한화에서 나오셨길래 같이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함께하게 됐다"며 "한신에서 코치 연수를 할 때 타격코치셨다. 공수주에서 좋은 점이 많은 분"이라고 쇼다 코치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10월 31일부터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한 것. 마무리캠프에서 KIA는 선수들의 신체적, 정신적 강화 훈련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김 감독은 "극한 훈련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들자는 테마로 훈련 스케줄을 짰다"며 "훈련을 이겨내는 선수가 시즌을 치르는 동안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다. 이제는 비밀병기를 만들 때"라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에게 내년 시즌 KIA 타이거즈의 야구는 어떤 모습일 것 같냐고 물었다. 김 감독은 또렷한 목소리로 "올해보다는 상대방이 무서워하는 팀, 팬들에게 더 사랑받는 팀이 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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