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오는 12월 개국 5주년을 맞는 JTBC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6년 현재 JTBC는 보도, 드라마, 예능까지 각 부문의 성장과 진화가 가장 고르게 이뤄지고 있는 방송사다. 물론 이는 타 종편 채널들이 아닌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도출되는 결론이다.
그 중에서도 지난 5년 간 이뤄진 예능 부문의 성장에 주목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지난 2011년 JTBC 개국과 함께 새 회사에 손을 보탠 여운혁 제작2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3년 MBC에 입사해 '일요일 일요일밤에' '코미디하우스' '느낌표' '무한도전' '황금어장' 등 무수한 히트 프로그램을 거쳤던 여운혁 국장은 JTBC의 창립멤버로서 막중한 존재감을 지켜왔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는 제작2국 국장의 타이틀을 달고 현장의 연출 업무와 국장의 책임을 겸하고 있다.
JTBC 제작국은 지상파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제작 인력과 자본 아래서도 무수한 시도 끝에 신선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을 히트시켰다. 수십 년 지상파의 스타 연출자로 활약했던 시니어 PD들과 실력파 신진 PD들의 협업이 가져온 결과였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개국 5주년을 앞둔 JTBC의 여운혁 국장을 상암동 사옥에서 직접 만났다.
"벌써 5년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죠. 눈을 감았다 뜨니 5년이 지난 것 같아요. 할 일은 더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 차원에서 볼 땐,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어요. 이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정도죠. 이룬 것은 이룬 것이고, 앞으로 이뤄야 할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JTBC의 지난 5년을 조직의 중심에서 일궈온 여 국장은 과거 출중한 후배 연출자들을 새 회사로 이끌며 느낀 남다른 책임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2~3년 간 힘들었는데, 몸보다는 마음이 그랬다"며 "후배들을 데려왔다는 사실에서 오는 심적인 부담과 책임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여 국장은 지금 남부럽지 않은 역량으로 채널의 대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는 후배 연출자들을 향해 "2~3년 뒤, 후배들이 잘 해준 덕에 그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다"며 공을 돌렸다.
점차 빠른 속도로 예능계를 휩쓸고 지나가는 시류에 대해 이날 여운혁 국장은 뚝심 있는 생각을 내놨다. JTBC는 트렌디한 소재를 신선한 시각으로 가공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히트시킨 바 있다. 음악 방송이 홍수를 이루고 있던 때 모창 가수와 실제 가수의 대결을 다룬 '히든싱어'를 내놨다. '떼토크쇼'나 '외국인 예능'이 식상하게 느껴질 무렵 '비정상회담'이 판을 뒤집었다. '쿡방' 열풍이 불던 무렵엔 스타의 냉장고 속 재료로 유명 셰프들이 요리 경연을 펼치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홈런을 쳤다.
여운혁 국장은 "유행만을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벌써 늦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을 예로 들며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이라는 트렌드가 이미 생겨났을 때 시작됐지만 대중의 욕망을 잘 결합해낸 프로그램이라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가 일본 등 외국 프로그램들을 모방했던 시기라면 다음 트렌드가 무엇일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이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JTBC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들의 만듦새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유행만을 생각하기보다는 한 PD의 열정, 개인의 관심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 PD 역시 대중의, 시대의, 문화의 영향을 이미 받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 사람이 어떤 한 관심사에 꽂혀 그것을 파고들어 시청자들에게 재밌게 보여주면 그게 패션이 된다고 생각해요. '쿡방이 인기있으니 그걸 하자'는 것만큼 안일한 태도가 없다는 이야기죠. 그러려면 기존의 '쿡방'보다 두 배, 세 배는 재밌어야 성공할 수 있고요."
여운혁 국장에 따르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개별 프로듀서들의 기호와 관심사는 소재에 대해 깊은 시각을 반영한 양질 예능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는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더 심도있게 공부하는 PD들이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며 "요리에 관심이 전혀 없는 내가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예능을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본인이 관심있는, 열정이 생기는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PD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과거엔 일본 만화나 대중문화에 대해서만 '오타쿠 문화'가 있다고들 생각했지만, 이제 그 폭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많아져야 더 재밌는 발상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주 시청층은 2049 타깃 중심이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의 관심사가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타깃에 맞추길 유도하긴 하지만, '그게 진짜 재밌다'는 설득이 통하면 해 보는 거죠.(웃음)"
(2편에서 계속)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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